이더리움이 AI 시대의 '신뢰 레이어'가 되려는 이유
이더리움 재단이 AI와 블록체인 융합 전략을 공개했다. 연산이 아닌 신뢰와 검증 역할로 포지셔닝하며,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노린다.
73,000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열풍 속에서, 이더리움은 조용히 다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AI 시대의 '신뢰 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더리움 재단의 AI 리드 다비데 크라피스는 최근 NEARCON 2026에서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세상에서, AI 자체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도 그런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산 대신 조정, 경쟁 대신 협력
이더리움의 AI 전략은 OpenAI나 구글과 모델 크기로 경쟁하는 게 아니다. 애초에 이더리움은 대용량 AI 연산을 위해 설계된 네트워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더리움은 AI 에이전트들이 서로를 식별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크라피스는 이를 "구글 리뷰와 결제 시스템을 합친 탈중앙화 버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더리움 재단은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신뢰를 위한 표준인 ERC-8004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표준은 이더리움을 넘어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게 크라피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 vs 편의성, 영원한 딜레마
두 번째 전략은 프라이버시와 보안이다. 중앙화된 AI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우리의 검색 기록, 사용 패턴, 행동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더리움은 이런 데이터를 사용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사용자가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와 권력을 보유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크라피스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AI 처리를 사용자 기기에서 로컬로 수행하는 방식을 늘려, 중앙 서버로 전송되는 정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로컬 AI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만, 성능과 편의성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AI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과연 사용자들이 편의를 포기하고 프라이버시를 선택할까?
AI가 해킹을 주도하는 시대
크라피스가 제기한 또 다른 우려는 보안이다. AI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사이버 공격도 자동화되고 대규모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가 주도하는 해킹을 보게 될 것"이라며 "AI가 인간을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게 되면 기존 인증 방식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 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수학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인간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 인증 방식이기 때문이다. 크라피스는 "AI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더리움이 '큰 자물쇠'가 있는 곳이 되길 원한다"고 표현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이더리움의 AI 전략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AI로 온디바이스 AI에 투자하고 있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하이퍼클로바X와 카카오브레인으로 AI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특히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이더리움이 제시하는 '탈중앙화 AI 조정 레이어' 구축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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