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브라질 정상회담, 중국 의존 탈피의 새로운 카드
이재명-룰라 정상회담으로 메르코수르 FTA 재개.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와 중견국 연대의 의미를 분석한다.
"아동 노동자 출신끼리의 만남"이라는 훈훈한 에피소드 뒤에는 냉철한 경제 계산이 숨어 있었다. 지난 2월 22일 서울을 방문한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었다. 21년 만의 브라질 국가원수 방한이자, 한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
메르코수르 FTA, 5년 만에 부활하는 이유
가장 주목할 성과는 5년간 중단됐던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FTA 협상 재개 합의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블록으로, 총 인구 2억 7천만 명의 거대 시장이다.
한국은 2018년부터 메르코수르와 FTA 협상을 시작했지만, 2021년 7차 협상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국의 농업계와 메르코수르의 제조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금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가 결정적 변수였다. 미국 대법원이 기존 관세를 무효화한 후 새로 부과된 이 관세는 한국과 브라질 모두에게 무역 불확실성을 가져다줬다. 두 나라 모두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교역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희토류 확보, 중국 카드에서 벗어나기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속내는 희토류와 핵심 광물 확보에 있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언제든 '희토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채굴 역량 부족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1% 미만만 차지한다. 여기서 한국의 기회가 보인다. 한국의 채굴 기술과 브라질의 자원이 만나면 상호 윈-윈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삼성, SK그룹, LG, 현대차 등 한국 주요 대기업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대거 참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들은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 핵심 광물, 바이오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6개 MOU를 체결했다.
중견국 연대의 새로운 모델
이재명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에게 "영원한 동지"라고 표현하며 파격적인 예우를 베푼 것은 단순한 친분 과시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견국끼리의 연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브라질은 모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중견국이다. 다자주의가 정치적 교착으로 막히면서, 이들은 '미니 다자주의'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 첫 번째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룰라 대통령이 한국의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청한 것도 흥미롭다. "검역 요건이 신속히 마무리되면 한국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농업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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