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흔들리는 이유, 트럼프 정책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변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글로벌 통화 질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106원. 지난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기록한 수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400원을 넘나들던 달러-원 환율이 1,300원 중반대로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약속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시장은 뜨거웠다. 대규모 감세,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등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달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했다.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들을 자세히 뜯어보니 상충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대중국 관세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약한다. 대규모 감세는 재정적자를 늘려 장기적으로 달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트럼프 정책의 긍정적 측면만 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부상
달러 약세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바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그리고 미중 갈등의 심화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BRICS 국가들의 달러 의존도 축소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탈달러 결제 시스템 구축, 사우디아라비아의 위안화 원유 결제 확대 등은 모두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
한국에게 의미하는 바
달러 약세는 한국 경제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수입 물가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주요 수입품의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반면 수출 경쟁력에는 부정적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의 달러 표시 매출이 원화로 환산될 때 가치가 줄어든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코스피에서 수출주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딜레마에 빠졌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원화 강세 압력이 커져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제약받을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변화하는 글로벌 통화 질서
더 큰 그림에서 보면, 현재의 달러 약세는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글로벌 통화 질서의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다른 국가들은 달러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국가 준비자산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의 즉각적인 몰락을 예상하는 것은 성급하다. 여전히 글로벌 무역의 6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고,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58%가 달러 표시 자산이다. 대안 통화들도 각각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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