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켄은 됐는데, 커스토디아는 왜 안 됐나
미 연준이 크립토 은행 커스토디아의 마스터 계좌 법적 도전을 최종 기각했다. 동시에 크라켄은 제한적 마스터 계좌를 획득했다. 같은 목표, 다른 결말의 배경을 분석한다.
같은 목표를 가진 두 크립토 기업. 한 곳은 문을 열었고, 한 곳은 법정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제10순회 항소법원은 지난 3월 13일, 크립토 은행 커스토디아(Custodia Bank)의 재심 청구를 7대 3 표결로 기각했다. 수년간 이어온 연방준비제도(Fed)와의 법적 싸움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커스토디아가 원했던 것은 '마스터 계좌'였다. 연준의 결제 인프라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이 계좌를 갖게 되면, 은행 간 중개기관 없이 직접 연준의 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다. 수수료 절감, 처리 속도 향상, 무엇보다 '진짜 은행'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와이오밍 주 인가를 받은 커스토디아는 수년 전 마스터 계좌를 신청했지만 연준에 의해 거부당했고, 이후 연준이 마스터 계좌 부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지 자체를 법정에서 다퉈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판결이 나온 바로 며칠 전 크립토 거래소 크라켄(Kraken)의 은행 부문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제한적 마스터 계좌를 획득했다. 크립토 기업 최초다. 완전한 마스터 계좌는 아니지만, 유사한 기능을 갖춘 이른바 '스키니(skinny)' 계좌다.
같은 목표, 다른 전략
커스토디아와 크라켄의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커스토디아는 법적 도전을 택했다. '연준이 마스터 계좌 부여를 거부할 무제한적 재량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반면 크라켄은 규제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며 실리적으로 접근했다.
반대 의견을 낸 티모시 팀코비치(Timothy Tymkovich) 판사는 다수 의견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연방준비은행이 마스터 계좌에 대해 검토 불가능한 재량권을 갖는다고 판결하는 것은 법령의 잘못된 해석이며, 아마도 헌법에도 위배될 것"이라고 썼다. 또한 "이 사건이 금융 산업과 연방-주 간 은행 규제의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3명의 판사가 그 입장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단순히 끝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커스토디아 측은 이번 판결 이후에도 계좌 접근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은 열리고 있다, 다만 천천히
역설적인 것은 타이밍이다. 커스토디아가 법정에서 지는 바로 그 순간, 연준은 크립토 기업들에게 다른 경로를 열어주고 있다.
연준 이사회는 현재 크립토 기업들을 위한 전국 단위의 '스키니 마스터 계좌' 정책을 수립 중이다. 캔자스시티 연준이 크라켄에 부여한 방식을 전국적으로 표준화하려는 시도다.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신청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분석가들은 크라켄의 성공이 다른 크립토 기업들의 유사 신청을 자극할 것으로 본다. 다만 속도는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느 지역 연준 은행을 통해 신청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전국 정책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지역별 편차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크립토 업계에 주는 시사점
이 싸움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들도 은행 실명계좌 연동 문제로 수년간 금융당국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국에서도 크립토 기업이 전통 금융 인프라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미국에서 '스키니 마스터 계좌'라는 절충안이 현실화되는 것은, 규제 당국이 크립토 기업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완전히 수용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신호로 읽힌다. 한국 금융당국이 이 모델을 참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라켄의 성공이 크립토 기업의 금융 인프라 접근성 향상을 의미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관 투자자 유입과 거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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