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독주에 균열? 오라클이 선택한 세 번째 칩
오라클이 AI 인프라에 세레브라스 칩을 도입했다. 엔비디아·AMD와 어깨를 나란히 한 무명 스타트업의 등장이 반도체 투자 지형을 바꿀 수 있을까? 삼성·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한다.
엔비디아 GPU 없이는 AI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었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오라클의 CEO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세레브라스를 엔비디아, AMD와 나란히 언급했다. 스타트업 하나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의 공식 파트너 목록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3월 11일, 오라클 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공동 CEO 클레이 마구이르크는 자사 인프라에 세레브라스 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가장 작은 워크로드부터 가장 큰 워크로드까지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하고 범용적인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엔비디아, AMD의 최신 GPU와 함께 세레브라스, 포지트론 같은 신흥 설계사들을 언급했다.
오라클은 이날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고, 잔여 이행 의무(RPO)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해 5,53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AI 인프라 수요가 얼마나 폭발적인지 보여주는 숫자다.
세레브라스는 2024년 IPO 서류를 제출했다가 같은 해 10월 철회한 전력이 있다. 직후 11억 달러 규모의 펀딩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 81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CEO 앤드루 펠드먼은 여전히 상장 의지를 밝히고 있다.
왜 이 뉴스가 지금 중요한가
세레브라스의 원래 IPO 서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 있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87%가 단 하나의 고객,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G42에서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회사지만, 중동 단일 고객 의존도는 투자자들에게 큰 리스크로 읽혔다.
그런데 올해 들어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1월에는 오픈AI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약정을 받았고, 2월에는 오픈AI가 소프트웨어 개발 특화 AI 모델 'Codex-Spark'를 세레브라스 칩 위에서 구동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 오라클이라는 이름이 추가됐다.
고객 다변화는 단순한 영업 성과가 아니다. IPO 재추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단일 고객 리스크'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다.
세레브라스 vs 엔비디아: 무엇이 다른가
| 구분 | 엔비디아 GPU (H100/B200) | 세레브라스 WSE-3 |
|---|---|---|
| 칩 크기 | 표준 웨이퍼 일부 | 웨이퍼 전체 (세계 최대) |
| 강점 | 범용 AI 학습·추론 | 초저지연 추론 속도 |
| 약점 | 높은 가격, 공급 부족 | 대규모 병렬 학습 한계 |
| 고객 | 사실상 전 산업 | 클라우드·AI 추론 특화 |
| 시장 지위 | 압도적 1위 | 신흥 도전자 |
마구이르크 CEO가 콘퍼런스콜에서 직접 언급했듯, 핵심 경쟁 포인트는 추론 비용과 지연 시간(latency) 감소다. AI 모델이 학습을 마치고 실제 서비스에 투입되는 '추론' 단계에서 세레브라스의 WSE-3는 엔비디아 GPU 대비 응답 속도에서 강점을 보인다. 오픈AI가 개발자용 코딩 AI에 세레브라스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드 자동완성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속도가 곧 품질이다.
한국 투자자·산업에 미치는 영향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이 뉴스는 두 가지 층위로 읽힌다.
첫째, 엔비디아 집중 투자 리스크다.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하거나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은 AI 펀드에 투자한 경우, 세레브라스 같은 도전자들의 부상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신호다.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생태계 다변화 속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회다. 세레브라스의 WSE-3는 TSMC에서 제조되지만, AI 추론 칩 시장이 커질수록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세레브라스, 그록(엔비디아가 인수), 포지트론 등 다양한 AI 칩 업체들이 성장할수록 HBM 공급사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고객군이 생기는 셈이다.
세레브라스의 IPO가 성사된다면,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다만 아직 IPO 일정은 미정이며, 미국 증시 상장 후 국내 증권사를 통한 해외주식 매수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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