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8년 만에 중국 방문... 경제 vs 안보 딜레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만난다. 경제협력과 안보우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영국의 속내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천안문 광장에는 영국 국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8년 만에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스타머 총리는 동행한 60명의 영국 기업인들에게 "여러분은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외향적이고, 기회를 잡고, 관계를 구축하되 항상 국가 이익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목요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경제 실용주의 vs 가치 외교
스타머의 중국 방문은 영국이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영국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현실과, 중국의 인권 탄압과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런던 중국 대형 대사관 건설을 승인했다. 야당은 이를 "스파이 허브"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스타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신호로 받아들였다.
보수당 대표 케미 베이드녹은 "우리 경제를 훼손하려는 국가와 대화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이익이 일치하는 국가들과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심지어 "총리가 돌아오기 전에 와이트 섬이라도 넘겨줄 것"이라며 조롱하기까지 했다.
미중 갈등 속 영국의 선택
스타머 총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영국이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미국과의 관계에는 금이 갈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을 무시하면 14조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포기하는 셈이다.
영국이 동행한 60명의 기업인들은 이런 정치적 계산보다는 실질적 비즈니스 기회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는 영국 기업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파트너다.
인권 vs 실리의 갈등
하지만 스타머 총리가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위구르족 탄압,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그리고 현재 종신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홍콩 언론인 지미 라이의 상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스타머는 "과거 모든 순방에서 제기해야 할 이슈는 항상 제기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의견이 다른 부분은 논의하고, 일치하는 부분은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자유민주당의 데이지 쿠퍼 부대표는 "중국 정권이 영국 시민 지미 라이를 감옥에 가두고, 영국 거리에서 민주화 시위자들을 현상금을 걸고 추적하는 상황에서 총리가 굽신거리며 중국에 가서 무역협정을 구걸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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