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중국은 왜 침묵하는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 이란을 외면하고 있다. 베이징의 침묵 뒤에 숨겨진 계산법을 분석한다.
중국은 이란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지금, 베이징은 어디에 있는가.
에너지, 자산, 그리고 체면 — 중국의 셈법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치는 동안, 중국은 공개적으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 정치학·중국학 부교수이자 바르일란대학교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요람 에브론 박사는 이 침묵이 단순한 외교적 관망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베이징의 첫 번째 관심사는 에너지다. 페르시아만은 중국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공급한다. 전쟁이 확대되면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고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게 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국내 안정을 위협하는 변수다.
두 번째는 중동 전역에 퍼져 있는 중국 기업과 시민의 안전이다. 과거 중동 분쟁에서 중국은 수십억 달러의 자산 손실을 경험했다. 세 번째는 더 복잡하다. 중국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서로 적대적인 국가들 모두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란 편을 노골적으로 들면 리야드와 아부다비와의 관계가 흔들린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모두의 친구' 전략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왜 지금 이 침묵이 더 크게 들리는가
중국이 이란을 지원하지 않는 데는 역사적 기억도 작용한다. 이란 혁명 직전, 중국은 팔라비 왕조와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 혁명 이후 새 정권은 이를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불확실한 정권에 너무 가까이 붙었다가 치른 대가를 베이징은 기억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도 있다. 이란은 누가 집권하든 석유와 가스를 팔아야 한다. 그 최대 고객은 중국이다. 테헤란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에너지 거래는 계속된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현 정권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침묵에는 대가가 따른다. 에브론 박사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중동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이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사실상 방관자로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미국 주도 질서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던 베이징의 구상은, 정작 위기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이스라엘 관계: 냉각 속의 실용주의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중국 내 여론은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비난과 반유대적 표현이 확산되며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베이징은 이스라엘의 지역 내 위상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대만은 이 틈을 활용했다. 이스라엘과의 정치·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이스라엘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동안에도 계속 운영을 이어갔다. 이념보다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은 이 실용주의적 패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이 중동의 강력한 행위자로 자리를 굳히면, 중국으로서는 관계를 유지할 실익이 더 커진다.
미중 경쟁의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이 전쟁은 더 큰 지정학적 경쟁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브론 박사는 미국의 단호한 군사 대응이 베이징의 눈에 워싱턴을 '결의 있는 강대국'으로 각인시킬 것이라고 본다. 동시에 중국은 이 전쟁을 통해 미군의 기술, 교리, 군수 능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대만 시나리오와 연결되는 지점이 여기다. 미국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는 이 과정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대만 관련 모험주의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반대다. 군사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베이징은 자국의 군비 증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의 관점에서도 이 구도는 낯설지 않다. 미중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은 양측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반복된다. 중동에서의 미국 군사력 과시가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미치는 파장은, 한반도 정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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