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벗어나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
하이데거 철학으로 본 현대인의 딜레마. 안전한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며 진정한 삶을 사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93%의 사람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삶. 하지만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런 삶을 "죽음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Aeon Video가 최근 공개한 영상은 하이데거의 철학을 현실에 적용해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규칙을 벗어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철학적 사유가 아닌, 실제 삶에서 적용 가능한 통찰로 재해석한 것이다.
안전한 감옥에 갇힌 현대인들
하이데거가 말하는 '일상성'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현실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예측 가능한 업무를 처리하며, 남들과 비슷한 선택을 하는 삶. 이런 패턴은 안전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진정한 자아'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Das Man(타자)이라는 하이데거의 개념이 핵심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남들이 하니까', '사회가 요구하니까'라는 이유로 선택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명문대 진학, 대기업 취업, 결혼과 내집 마련이라는 정형화된 인생 코스가 그 예다.
삼성전자 임원이던 한 인물이 40대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도에서 카페를 연 사례를 떠올려보자.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데거 식으로 표현하면, 그는 '타자'의 삶에서 '본래적 존재'로 전환한 것이다.
불안이 가져다주는 깨달음
하이데거는 불안을 부정적 감정이 아닌 '깨달음의 순간'으로 봤다. 안정적인 일상이 흔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표적 사례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삶을 재평가했다. 네이버의 한 개발자는 재택근무를 경험하며 "회사에 매일 나가는 게 정말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고, 결국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이런 불안의 순간이야말로 하이데거가 말하는 '실존적 각성'의 기회다. 기존 규칙과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위험 감수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해왔다. 부모 세대에게 '위험 감수'는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다.
20-30대의 68%가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는 직장보다 불안정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최근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카카오를 퇴사해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대기업 대신 사회적 기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 제약은 크다. 높은 주거비, 교육비 부담, 사회보장제도의 한계 등이 '위험 감수'를 어렵게 만든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런 구조적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리더십과 기업 문화의 변화
하이데거의 통찰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혁신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실패할 권리'를 보장한다. 구글의 20% 시간 정책이나 3M의 15% 규칙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는 '챌린지 문화'를, 카카오는 '실패를 축하하는 문화'를 도입했다. 기존 규칙과 프로세스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들은 위계질서와 표준화된 업무 방식을 선호한다. 하이데거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조직은 구성원들을 '타자'의 삶으로 몰아가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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