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베팅하되, 위험은 남에게 넘긴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AI 인프라 대출 급증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공개 거래와 위험 이전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은행의 속내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짚는다.
은행들은 AI에 돈을 빌려주면서, 그 위험은 다른 누군가에게 팔고 있다.
대출은 늘리고, 리스크는 줄이는 묘수
JP모건, 씨티그룹, 바클리스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에 대한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의 설비투자(캐팩스) 규모는 2025년 한 해에만 2,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대출로 조달된다.
문제는 규모다. 단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하나에 수십억 달러가 묶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은행 입장에서는 AI 붐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특정 섹터에 대출이 집중되면 규제 당국의 눈총을 받고 자본 건전성 지표도 흔들린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이 꺼내 든 카드가 ‘위험 이전(risk transfer)’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방식이 주로 쓰인다. 하나는 신용위험 이전(Significant Risk Transfer, SRT)으로, 대출 포트폴리오의 손실 위험을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같은 기관투자자에게 파는 구조다. 은행은 대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장부상 위험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비공개 클럽 딜(private club deal)로, 여러 금융기관이 조용히 모여 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나눠 맡는 방식이다. 공개 신디케이션 시장을 거치지 않아 조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왜 지금인가
이 움직임이 2026년 들어 뚜렷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연방준비제도와 바젤 III 최종안 이행 압박이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자본 효율성 관리가 한층 중요해졌다. 대출을 늘리면서도 위험가중자산(RWA)을 억제해야 하는 구조적 필요가 커진 것이다.
둘째,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이 여전히 불확실하다. 데이터센터는 완공까지 2~3년이 걸리고, 그 사이 금리 환경이나 AI 수요가 바뀔 수 있다. 은행이 수십억 달러를 단독으로 들고 앉아 있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셋째, SRT 시장 자체가 성숙해졌다. 유럽에서 먼저 발달한 이 시장은 최근 미국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4년 미국 SRT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을 사줄 투자자 기반이 두터워진 만큼, 은행들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누가 이기고, 누가 위험을 떠안는가
| 주체 | 얻는 것 | 감수하는 것 |
|---|---|---|
| 대형 은행 | 수수료 수입, 자본 효율성 유지 | 평판 리스크, 복잡한 구조 관리 |
| 헤지펀드·사모펀드 | 고수익 신용 상품 접근 | AI 섹터 집중 신용 손실 위험 |
| AI 기업·개발사 | 대규모 자금 조달 용이 | 금리 부담, 재무 레버리지 증가 |
| 규제 당국 | 표면상 은행 건전성 유지 | 시스템 리스크의 '그림자 금융'화 |
은행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위험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덜 투명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은행처럼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을 받지 못한다. AI 인프라 투자가 대규모로 부실화될 경우, 충격이 어디서 어떤 규모로 터질지 규제 당국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험이 CDO라는 복잡한 구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을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담보 자산의 성격도, 규제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위험을 구조화해서 팔면 시스템이 안전해진다’는 논리가 언제나 맞지는 않았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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