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48시간의 카운트다운
미국 조종사 구출 성공 뒤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이란의 드론이 걸프 에너지 인프라를 강타하고, 트럼프는 48시간 최후통첩을 날렸다. 한국 경제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지 36일. 격추된 미군 조종사가 이란 산악지대에서 구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그날, 이란의 드론은 쿠웨이트 발전소 두 곳을 강타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쏟아지는 이 전쟁의 리듬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어느 한쪽도 결정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전선은 조용히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출 작전,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6일 이른 아침 소셜미디어에 직접 글을 올렸다. "이 용감한 전사는 이란의 험준한 산속에서 적군에게 쫓기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이란 영토 내에서 격추된 건 지난 금요일. 미군은 수십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24시간 조종사의 위치를 추적하며 구출 작전을 전개했고, 트럼프는 조종사가 부상을 입었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다른 승무원 한 명도 이미 구출된 상태였다.
그러나 구출 소식이 전해지는 사이, 전쟁의 무게중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란의 드론 공격은 이제 전선을 훌쩍 넘어섰다. 쿠웨이트에서는 발전소 두 곳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해수담수화 시설이 멈췄다. 바레인에서는 국영 석유회사 저장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와 오스트리아 보레알리스의 합작사인 보루지 석유화학 단지에 불이 났다. UAE 당국은 방공망이 드론을 요격했지만 낙하 파편이 화재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공장 가동은 멈췄다.
이 공격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내 석유화학 시설을 타격한 다음 날 이루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해당 시설이 "전쟁 자금줄"이었다고 밝혔다.
48시간 최후통첩, 그리고 협상의 실낱
트럼프는 토요일 소셜미디어에 다시 글을 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48시간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이란이 이를 봉쇄한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군 합동참모부의 알리 압돌라히 알리아바디 장군은 "이란 인프라가 공격받는다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라며 맞받아쳤고, 중동 미군 기지 전체를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또 다른 전략 수로인 밥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폭 32킬로미터의 이 해협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4분의 1이 통과한다. 이미 홍해 위기로 한 차례 흔들렸던 글로벌 공급망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외교의 불씨도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간 중재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터키와 이집트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슬라마바드 회담을 "거부한 적 없다"고 했다. 제안된 타협안의 핵심은 일단 전투를 멈추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숫자가 말하는 전쟁의 무게
이 전쟁의 규모를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다. 개전(2월 28일) 이후 이란에서만 1,9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레바논에서는 1,400명이 숨지고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걸프 아랍 국가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24명, 이스라엘에서 19명, 미군 13명이 전사했다. 이스라엘 군인 10명도 레바논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숫자들은 단순한 사상자 통계가 아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급등은 물론,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미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 선을 넘어섰다.
각자의 셈법
이 전쟁을 보는 시각은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쟁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규정한다. "이란을 초토화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군사적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격추된 전투기 두 대와 13명의 전사자는 '빠른 종전'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란 정부는 '저항'의 서사를 내세운다. 군사력이 열세임에도 걸프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고 미군기를 격추하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걸프 아랍 국가들, 특히 UAE와 쿠웨이트는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간 형국이다. 자국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받으면서도 공개적으로 어느 편을 들기 어려운 처지다.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같은 중재국들은 이 위기에서 외교적 역할을 확대할 기회를 찾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으로서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와 실용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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