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국제 질서의 새 규칙이 쓰이는 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최고지도자 암살. 이 사건이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국제 질서의 근본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인 이유를 분석합니다.
역사에는 두 종류의 사건이 있다. 뉴스를 장식하다 사라지는 사건과, 그 이후의 세계가 그 이전과 달라지는 사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공격, 그리고 이란 최고 정치 지도자의 암살은 후자에 속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이란의 최고 정치 지도자가 사망했다. 단순한 군사 타격이 아니다. 주권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한 것은, 국제법과 외교 관례가 오랫동안 금기로 여겨온 선을 넘은 행위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맥락이 필요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은 수십 년에 걸친 대리전의 역사를 갖는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을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과 병행해 레바논, 시리아,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확대해왔다.
미국의 직접 개입은 이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동맹국 지원과 직접 군사 참여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왜 이 사건이 다른가
국가 지도자 암살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이 공개적으로, 동맹국과 함께, 주권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것이 '규칙'을 바꾸는 이유다.
국제 질서는 명문화된 법률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만은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규범들이 핵심이다. 핵보유국끼리는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 외교관은 보호받는다. 그리고 —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 국가 지도자를 표적 암살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그 마지막 규범에 공개적으로 도전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토 주권 규범에 균열을 냈다면, 이번 사건은 국가 지도자의 신체적 안전이라는 또 다른 규범에 균열을 낸다. 두 균열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는, 그 이전의 세계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누가 어떻게 볼 것인가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를 수십 년간 지속된 이란의 테러 지원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로 볼 것이다.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대리 세력을 통해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킨 데 대한 대응이라는 논리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특히 이란과 역사적·종교적 유대를 가진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를 서방의 이중 잣대로 읽는다. 같은 행위가 강대국에게는 '자위권'이 되고, 약소국에게는 '테러'가 되는 구조에 대한 반감이 깊어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사건을 자국의 논리에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다. 서방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실은 강자의 편의에 따라 규칙이 바뀌는 질서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은 복잡하다.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미국의 행동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이 사건이 만들어내는 선례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 지도자 표적 제거가 정당화되는 세계에서, 그 논리는 어디서 멈추는가.
이란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란의 선택지는 좁고, 모두 위험하다.
강력한 보복을 택하면 더 큰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침묵을 택하면 내부 권력 공백과 정치적 혼란이 뒤따른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이 사건을 계기로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무장이야말로 지도자 암살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가 확산된다면,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했고, 그것이 체제를 보장한다고 믿는다. 이번 사건은 그 믿음을 강화하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심화되면 원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유 가격의 급등은 제조업과 물류 비용을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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