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당신의 항공권이 오른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다. 대한항공 주가는 8.5% 급락했고, 항공권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다. 내 여행 계획과 지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상 처음으로 봉쇄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월요일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S&P 500은 1% 빠졌고, 다우존스는 장 시작 전부터 575포인트 하락을 예고했다.
항공주는 더 심했다. 에어뉴질랜드는 9.2% 폭락했고, 대한항공은 8.5% 넘게 떨어졌다. 에어프랑스-KLM도 3.15%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다. 항공사들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신호다.
문제의 핵심은 제트 연료다. 도이체방크 분석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트 연료 가격은 2배 이상 올랐다. 중동 상공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은 더 긴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하고, 그만큼 연료를 더 싣고, 승무원도 더 많이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항공협회(AAPA) 의장 수바스 메논은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원유가 20% 오르면 제트 연료는 그보다 훨씬 더 오른다. 연료 자체가 희소해지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단호한 경고를 내놨다. "단기적 해소가 없다면, 전 세계 항공사들은 수천 대의 항공기를 지상에 묶어두어야 할 수 있고, 재정이 취약한 일부 항공사는 운항을 중단할 수도 있다."
왜 이번이 특히 다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례가 없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네바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렇게 말했다. "기록된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 해협은 단 한 번도 닫힌 적이 없다. 나에게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상상조차 못 했던 시나리오였다."
칼라일그룹 수석 전략가 제프 커리는 이번 전쟁의 에너지 시장 충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빠르게 안정됐다. 하지만 호르무즈는 다르다. 러시아는 우회 수출로가 있었지만, 호르무즈를 대체할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여행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유나이티드항공 CEO 스콧 커비는 지난주 미국 승객들이 곧 가격 인상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동 노선 비중이 높고, 중동을 경유하는 유럽·아프리카 노선도 상당하다. 우회 항로로 인한 비용 증가는 직접적으로 운임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라면, 지금 가격이 앞으로의 기준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항공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도 주목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을 통해 국내 주요 항공 투자처다. 연료비 급등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주가 압박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항공뿐 아니라 물류, 제조, 소비자 물가 전반으로 번진다. 2022년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한국 물가를 얼마나 흔들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이번 충격의 잠재적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기자
관련 기사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으로 유가가 40% 급등하며 대통령 지지율까지 흔들자, 정부가 시추 확대 카드를 꺼냈다. 정책 의도와 실제 효과 사이의 간극을 짚는다.
석유 공급 충격이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열리는 정상회담.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까지 흔드는 유가 문제의 본질을 짚는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백악관이 유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 그리고 한국 정유·수입 구조에 대한 함의를 분석한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로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되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힌 대가는 결국 소비자 지갑으로 돌아온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