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
전직 작가, 변호사,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AI에게 팔고 있다. 시간당 45달러로 시작해 16달러로 끝나는 이 노동의 실체를 파헤친다.
카탸는 커피숍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적어도 커피숍에서 일하면 나를 신경 쓰는 척이라도 해주는 상사가 있고, 다음 주 스케줄을 알 수 있잖아요." 대학원까지 나온 그가 바리스타 자리를 알아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AI 훈련 데이터 일이 너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서를 낸 바로 그날,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 중단됐던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된다는 슬랙 알림이었다.
그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문성 수확
지금 전 세계에서 조용하지만 거대한 노동 실험이 진행 중이다. AI 기업들이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호사, 의사, 작가,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같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거 고용해 훈련 데이터를 생산하게 하고 있다. 한 업계 베테랑의 표현을 빌리면 "인류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전문 지식 수확"이다.
이 시장의 중심에 머서(Mercor)라는 회사가 있다. 2023년 당시 19세였던 세 명의 창업자가 만든 이 플랫폼은 지난해 기업 가치 1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고객사다. 매주 약 3만 명의 전문가가 이 플랫폼에서 일한다. 경쟁사인 스케일 AI는 석·박사 및 대졸자 70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노동의 구조는 정교한 디지털 조립 라인이다. 누군가는 챗봇이 실패할 만한 질문("스텀퍼")을 만들고, 누군가는 이상적인 답변("골든 아웃풋")을 작성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AI가 스스로 추론하는 과정을 흉내 낸 "추론 흔적"을 생산한다. 법률, 금융, 의학, 영화 제작, 심지어 "북미 10대 초중반의 유머 감각"에 정통한 전문가까지 구인 공고가 올라온다.
이 노동의 아이러니는 뚜렷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은 기술을 더 잘 만들기 위해 고용된다. 카탸는 콘텐츠 마케팅 일을 AI에게 빼앗긴 뒤 AI를 훈련시키는 일을 하게 됐다. 리얼리티 TV 작가 크리스는 자신이 쓰던 대본을 챗GPT가 대체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AI 기업의 의뢰로 SF 시나리오 전체를 집필했다. "에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도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그게 지금 그들이 밥 먹고 사는 방법입니다."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
문제는 이 일이 '직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프로젝트는 예고 없이 시작되고, 예고 없이 끝난다. AI 기업이 모델의 약점을 발견하면 데이터 벤더에게 연락하고, 벤더는 전문가를 모집해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를 실험실에 넘기면 프로젝트가 멈춘다. 실험실이 결과를 분석하고 다시 다른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다시 연락이 온다. 혹은 영영 오지 않는다.
슬랙 채널에는 매일 이런 메시지가 올라온다. "30분 후에 작업이 들어옵니다." 수백 명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든다. 작업 잔량을 보여주는 막대가 0을 향해 줄어드는 동안 사람들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그리고 다시 기다린다. 아이 생일 이야기, 월세 걱정, "저 지금 언제든지 일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관리자에게 보내며.
싱글맘인 미미는 스트리밍 플랫폼 여러 곳에서 시나리오를 쓴 작가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게 됐다고 말한다. "밤 7시에 아이가 학교 준비물을 못 찾는데 슬랙에서 '작업 나왔습니다!'라고 알림이 와요. 그 순간 제가 악마가 되는 거예요." 더 견디기 힘든 건 감시 소프트웨어 인사이트풀이다. 컴퓨터에서 타이핑을 멈추면 "지금 일하고 있나요?"라는 팝업이 뜬다. 화장실 가는 시간, 커피 끓이는 시간, 허리 스트레칭하는 시간은 모두 '비생산적 시간'으로 분류돼 급여에서 공제될 수 있다.
"이게 바로 노동조합이 생긴 이유예요. 보장된 근무 시간, 보장된 점심시간, 보장된 휴가와 병가. 이건 긱 이코노미의 극단적인 형태입니다."
급여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진다. 카탸는 시간당 45달러로 시작했지만 프로젝트가 거듭되면서 8달러씩 깎였다. 그래픽 디자이너 린지는 메타 프로젝트가 갑자기 종료된 뒤 새 프로젝트 '노바'에 초대받았는데, 동일한 작업이 시간당 16달러로 제시됐다. 기존보다 24퍼센트 낮은 금액이었다. 캘리포니아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지만, 수천 명이 수락했다. 먹고살아야 했으니까.
왜 지금 이 문제가 중요한가
AI 자동화 논의는 대부분 "언젠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첫 번째 피해자가 저학력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채용 플랫폼 핸드셰이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16퍼센트 이상 감소한 반면, 공고당 지원자 수는 26퍼센트 늘었다. 동시에 핸드셰이크는 AI 훈련 데이터 생산 일자리를 "AI 경제 참여"라는 이름으로 구직자들에게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 "AI 경제에서의 일"이 의미하는 바다.
MIT 경제학과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는 이 상황을 산업혁명 이전의 직조공에 비유한다. 당시 직조공은 자영업 장인으로 시간의 주인이었다. 기계가 등장하자 그들은 공장 노동자가 됐다. 더 긴 시간, 더 낮은 임금, 더 강한 감시 아래서.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기술이 자본 소유자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는 새로운 노동 조직 방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노동 조합과 규제가 생기기 전까지 그 상태가 지속됐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고, 국내 콘텐츠·법률·금융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잠재적인 훈련 데이터 공급자다. 국내에도 이미 유사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으며, 고학력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세 가지 시각
AI 기업의 논리는 명확하다. 인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단계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기반 계약직이라는 성격상 불확실성은 불가피하다. 머서 대변인은 "프로젝트 기반 계약 업무의 특성상 언제든 연장, 중단, 종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현실은 다르다. 독립 계약자로 분류돼 유급 휴가, 의료보험, 실업급여 어느 것도 없다. 엄격한 기밀 유지 계약 때문에 자신이 어떤 AI를 훈련시켰는지조차 이력서에 쓸 수 없다. 경력을 증명할 수 없으니 협상력도 없다. 머서를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이 최근 6개월 사이 세 건 제기됐다. 모두 "독립 계약자 오분류"를 문제 삼는다.
정책 입안자의 딜레마는 더 복잡하다. 우버·리프트와 달리 데이터 노동자는 지역에 구속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은 더 낮은 임금을 수용할 다른 나라 노동자를 찾으면 된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데이터의 집단적 소유권을 행사하고 기업의 분열 지배 전략을 막을 수 있는 노조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조직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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