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끝에서 되살아난 바보들의 이야기
박은빈·차은우 주연 《원더풀스》 1화 첫인상 분석. Y2K 배경 슈퍼히어로 코미디의 장르 실험과 OTT 시대 지상파 드라마의 생존 전략을 짚는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 그것도 1999년 말,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동 한가운데서.
박은빈·차은우 주연의 《원더풀스(The WONDERfools)》가 2026년 5월 15일 첫 화를 공개했다. 1999년 말 소도시 해성을 배경으로, 심장병을 앓는 백수 여성이 돈을 마련하려다 죽고, 그 죽음이 시작점이 되는 이야기다. 장르는 공식적으로 '코미디'지만, 1화는 그 이름이 다소 이르다는 인상을 남겼다.
바보들의 첫 번째 작전: 가짜 납치
은채니(박은빈)는 27세 백수다. 취업이 안 되는 이유는 넘쳐나지만—기묘한 성격, 낮은 학력, 외환위기 여파—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그녀는 심장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고, 의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Y2K 종말론자들이 거리에서 전단을 뿌리는 광경 앞에서, 채니는 자신도 그냥 세상 끝을 함께 맞이하고 싶다고 외친다. 그녀가 진짜 원하는 건 여행이다. 5천만 원.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채니가 고안한 계획은 가짜 납치 자작극이다. 동네 민원왕 경훈(최대훈)과 영원한 호구 로빈(임성재)을 각 500만 원에 고용해 납치범으로 세운다. 그러나 계획은 최악의 방식으로 실패한다. 의자에 묶인 채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기 시작한 채니는, 말 한마디도 못 하고 그대로 숨을 거둔다.
당황한 두 조연은 시체를 동네 불법 쓰레기 매립지에 버리기로 한다. 하필 그날 밤, 그 현장에 신입 공무원 운정(차은우)이 나타난다. 실랑이 끝에 채니의 시신이 담긴 카트가 언덕을 굴러 내려가 검은 폐수 속으로 빠지고, 경훈과 로빈도 함께 빠진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죽었던 채니가 멀쩡히 살아 서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운정 역시 평범하지 않음이 드러난다. 채니를 향해 날아오던 날카로운 물체를 그가 염력으로 벽에 꽂았던 것이다.
Y2K 코드와 슈퍼히어로 장르의 낯선 결합
《원더풀스》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배경 선택이다. 1999년이라는 시점은 단순한 복고 취향이 아니다. 세기말 종말론, 외환위기 직후의 경제적 좌절, 인터넷 이전 시대의 정보 단절—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슈퍼파워를 가진 개인이 제도 밖에서 움직이는 서사에 설득력 있는 토양이 된다. CCTV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고, SNS도 없는 세계에서 초능력자는 훨씬 더 오래 숨어 있을 수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 슈퍼히어로 장르는 여전히 실험적이다. 마블 유니버스와 DC가 글로벌 팝컬처를 장악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K드라마는 이 장르를 정면으로 소화한 사례가 드물었다. 대신 초능력은 로맨스의 보조 장치로 자주 쓰였다—《도깨비》의 불사신, 《W》의 만화 속 캐릭터, 《나쁜 기억 지우개》의 기억 조작. 《원더풀스》는 초능력을 로맨스의 양념이 아니라 서사의 중심축으로 놓으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다만 1화는 장르적 정체성을 아직 확립하지 못한 인상이다. '코미디'라는 분류에 비해 유머의 밀도가 낮고, 색감도 예상보다 칙칙하다. 1999년이라는 시대 배경도 낡은 휴대폰과 Y2K 전단지 외에 시각적으로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다. 캐릭터들은 아직 닉네임—동네 민원왕, 호구, 동네 망나니, 미스터리한 이방인—에 머물러 있다. 그 안에 복잡성이 있다는 힌트는 있지만, 1화 한 시간으로는 그것을 보여주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박은빈이라는 변수, 차은우라는 도박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로 K드라마 역사상 손에 꼽히는 '캐릭터 각인'을 이뤄낸 배우다. 이후 《무인도의 디바》(2023)에서도 탈락자의 재기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개인'이 중심이었고, 《원더풀스》의 채니 역시 같은 계보에 있다. 다만 이번엔 죽음과 부활이라는 판타지 요소가 더해졌다. 박은빈이 이 장르적 도약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작품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차은우는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 《별똥별》(2022)을 거쳐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운정은 과묵한 외모 뒤에 불안정한 내면을 숨긴 캐릭터로, 차은우에게 지금까지와 다른 결의 연기를 요구한다. 아이돌 배우의 드라마 주연 전환에서 성패를 가르는 건 대체로 '분량 대비 캐릭터 밀도'인데, 운정이 얼마나 빨리 단순한 '미스터리 미남'을 벗어나느냐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두 배우의 조합은 팬덤 동원력 면에서는 강력하다. 그러나 장르 실험이 성공하려면 팬덤을 넘어선 설득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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