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을 읽지 못하면 미래를 놓친다
미국인들이 TikTok 금지 후 샤오홍슈로 몰려가면서 드러난 역설. 중국 인터넷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와 디지털 권력의 새로운 지형도를 분석한다.
7억 명. TikTok 금지 조치 이후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로 몰려든 미국 사용자들이 발견한 것은 예상과 전혀 다른 세계였다. 만리장성 너머 인터넷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었다.
Rest of World의 중국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이링 리우는 최근 기고문에서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 인터넷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기술적 호기심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라는 것이다.
숫자로 보는 중국 인터넷의 영향력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10억 명을 넘어선다. 이들이 하나의 국가를 형성한다면 세계 3위의 인구 대국이 될 규모다. 미국 전체 인구의 2배가 넘는 사람들이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소통하고 소비하며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심천 기반의 트랜시온은 아프리카 최대 휴대폰 공급업체로 자리잡았고, 쉬인은 세계 최대 패션 리테일러가 되어 로스앤젤레스의 옷차림까지 좌우한다. 샤오홍슈는 중국계 교민들을 통해 뒤셀도르프의 요리 트렌드와 라오스의 관광 패턴을 바꾸고 있다.
사천성 출신 브이로거 리즈치는 뉴욕타임스로부터 "격리 시대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탕핑(躺平·누워있기)" 문화는 전 세계 번아웃에 시달리는 밀레니얼들의 새로운 어휘가 됐다. 더우반의 반체제 인사들은 레딧으로 이주하고, 웨이보의 은어는 트위터에서 바이럴이 되며, 더우인 영상은 TikTok으로 여행한다.
왜 지금 중국 인터넷인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서구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3년 중국 본토에서 유학한 미국인은 700명에 불과했다. 10년 전1만5천 명과 비교하면 95% 이상 급감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중국에 발을 한 번도 디뎌보지 않은 자칭 전문가들의 추측성 분석으로 넘쳐난다. 심지어 유명 언론사들도 14억 인구 국가를 단순화해 설명하려는 "21세기식 오리엔탈리즘" 기사들을 쏟아낸다.
2020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팬데믹 초기 발표한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의 칼럼은 중미 간 언론 갈등을 촉발시켜 수많은 외국 특파원들이 중국에서 추방되는 결과를 낳았다. 남아있는 기자들조차 정부의 보복이나 무지한 독자들의 곡해를 우려해 누구와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졌다.
미국이 중국을 닮아가는 아이러니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인터넷이 중국 인터넷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2025년TikTok 금지 조치 이후 미국인들이 샤오홍슈로 대거 이주한 현상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블로거 마이크 매스닉은 "중국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려다가 도덕적 공황에 사로잡힌 정치 계층이 우리를 중국과 똑같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적 검열 모델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정부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인터넷 주변에 "깨끗한 요새"를 구축하자고 촉구한 것은 사실상 자체적인 만리장성을 쌓자는 제안이었다.
새로운 디지털 권력 구조
중국 인터넷을 형성하는 힘들—비자유주의적 목소리의 증폭, 공적 영역의 위축, 상식의 침식—은 사실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이는 독재국가와 민주국가 모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늘날 독재자들과 과점적 CEO들이 한때 열린 공간이었던 웹을 장악했다. 그들은 우리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끝없는 피드에 우리를 가두며, 영향력과 이익을 위해 우리의 관심을 착취한다.
리우 편집장이 이 글을 쓰는 동안 실리콘밸리의 "관심 독점업자들"은 부상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손을 잡고 민주적 감시를 벗어난 권력을 중앙집권화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우리를 해방시켜줄 것이라 약속했던 바로 그 기술들에 의해 속박당하고 있다.
한국에서 바라본 중국 인터넷
한국 역시 이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샤오홍슈에서 한국 화장품과 K-팝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도 중국발 "탕핑" 문화가 "N포세대" 담론과 결합하며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류의 글로벌 확산과 중국 디지털 문화의 역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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