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캐나다 분리주의자들과 비밀 회동한 이유
미국 국무부가 앨버타 분리주의 단체와 여러 차례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이 단순한 협박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00억 달러 신용한도를 요청하러 다음 달 워싱턴을 찾겠다고 공언한 단체가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부유한 앨버타주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앨버타 번영 프로젝트(APP)다.
문제는 이들이 돈을 빌리러 가는 곳이 미국 정부라는 점이다. 더 놀라운 건 미국 국무부가 이미 이들과 세 차례나 만났다는 사실이다.
비밀 회동의 전말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4월부터 미국 국무부 관리들이 APP 지도부와 워싱턴에서 여러 차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한 올해 1월 이전부터 시작된 접촉이다.
APP는 캐나다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앨버타주가 캐나다에서 분리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이들은 주민발의 규정에 따라 독립 찬반 투표를 위한 서명 17만8천 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지난주 우익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앨버타를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이 주권을 원한다. 미국이 가진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앨버타의 독립 투표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문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정부의 격한 반응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목요일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 주권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트럼프에게 이 문제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각 주 정부의 반응은 엇갈렸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지사 데이비드 에비는 "외국에 가서 캐나다 분열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는 오래된 단어가 있다. 바로 반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앨버타주 주지사 다니엘 스미스는 "연방정부에 대한 정당한 불만을 가진 100만 명의 도민들을 악마화하고 싶지 않다"며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스미스는 지난 1월 트럼프의 마라라고 별장을 방문한 바 있다.
왜 지금 앨버타인가
앨버타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수십 년간 지속된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핵심은 에너지 자원 관리권이다.
내륙에 위치한 앨버타는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려면 다른 주를 거쳐야 하는데, 연방정부의 환경 규제와 탄소세, 파이프라인 승인 지연이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숫자로 보면 앨버타의 억울함이 이해된다. 인구는 캐나다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GDP 기여도는 15%에 달한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균등화 지급금(가난한 주에 지원하는 제도)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다.
최근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앨버타 주민의 30%가 캐나다 탈퇴 절차 시작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중 20%는 실제 독립보다는 정치적 불만 표출 차원으로 투표를 본다고 했다.
트럼프의 더 큰 그림
이번 사건은 트럼프의 확장주의적 야심과 맞닿아 있다. 그는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반복해서 위협했고, 그린란드 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에서도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다. 지난 8월 덴마크 정부는 트럼프 측근들이 미국 편입을 지지하는 그린란드인 명단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주덴마크 미국 외교관을 소환했다.
미국 국가안보 분석가 브랜든 와이커트는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이 실제로는 앨버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앨버타가 독립하면 미국이 이를 승인하고 미국 주가 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적 장벽들
하지만 앨버타 독립은 여러 현실적 장벽에 부딪힌다. 설령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가결되더라도 즉시 독립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명확성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먼저 투표 질문이 명확한지, 결과가 명백한 다수를 나타내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 후에야 자산과 부채 분할, 국경, 원주민 권리 등을 놓고 협상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앨버타는 바다가 없는 내륙 지역이라 독립해도 에너지 수출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이 필수다. 완전한 독립보다는 더 많은 자치권을 얻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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