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항모가 그리스로 간 이유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화재와 배관 고장으로 수리를 위해 그리스로 향한다. 중국 분석가들은 이를 미국의 군사력 과신과 방산 기반 약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함이 수리를 받으러 가고 있다.
30시간 동안 지속된 화재가 USS 제럴드 R. 포드함의 승조원 600명 이상의 침실을 전소시켰다. 홍해에서 이란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던 이 핵추진 항공모함은 이제 그리스로 향한다. 올해 1월에는 배관 고장 문제가 보도됐고, 이번엔 화재까지 더해졌다. 미국 언론들이 잇따라 이 사실을 보도하자, 지구 반대편에서는 다른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 척의 배, 두 개의 해석
제럴드 R. 포드함은 단순한 군함이 아니다. 130억 달러(약 17조 원)를 들여 건조된 이 함선은 미국 해군력의 상징이자, 미국이 동시에 여러 전선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전자식 항공기 발사 시스템(EALS), 향상된 착함 장치, 원자로 2기—기술적으로는 역대 최고 사양이다.
그런데 이 배가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을 막아내는 동안, 내부에서는 불이 났다. 미 해군은 화재 원인을 공식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수리를 위해 그리스 수다만으로 이동한다는 계획도 확인됐다.
중국 군사 분석가들의 반응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관영 매체와 연계된 여러 분석가들은 이 사태를 두 가지 맥락에서 읽었다. 첫째, 미국의 군사력이 과도하게 분산되어 있다는 것. 유럽(우크라이나 지원), 중동(홍해 작전), 인도태평양(중국 견제)—세 개의 전선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서 오는 피로가 쌓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이 약해졌다는 것. 수십 년간 이어진 아웃소싱과 군수 인력 감소가 함선 유지 능력을 갉아먹었다는 분석이다.
과연 중국의 분석은 맞는가
냉정하게 보면, 중국의 해석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 제럴드 R. 포드함 한 척의 수리가 미국 군사력 전체의 약화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미 해군은 현재 11척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다른 나라들의 항모 전력을 합친 것보다 많다. 화재나 기계 결함은 어느 나라 해군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지적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수년째 미 해군의 함선 유지·보수 능력 저하를 경고해왔다. 조선소 인력 부족, 부품 공급망 지연, 예산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드함이 처음 취역했을 때도 전자 발사 시스템의 잦은 고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최첨단 기술이 오히려 복잡한 유지보수 문제를 낳은 셈이다.
더 넓게 보면, 미국은 지금 전략적 과부하 상태에 있다는 논쟁이 워싱턴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 억제, 홍해 안전 확보—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한국이 이 뉴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사건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의 방위 전략은 미국의 확장억제—특히 항모 전단의 신속 전개 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전력 투사 능력에 실질적 제약이 생긴다면, 한국의 독자적 방위력 강화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 정부와 군은 최근 몇 년간 경항모 도입, 핵추진 잠수함 확보 논의를 이어왔다. 미국의 군사적 신뢰성 문제가 부각될수록, 이 논의는 더 강한 동력을 얻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 방산 기업들(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이 미국 해군의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미국이 자국 조선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하려는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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