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패배, 중국과의 협상판 뒤바뀌나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무효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양상이 급변. 3월 베이징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의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분노를 드러냈다. "중국은 수천억 달러 무역흑자로 중국을 재건했고, 군대까지 재건했다. 우리가 중국군을 키워준 셈이다." 금요일 대법원이 자신의 대중국 관세를 무효화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이 한 장면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법정 패배가 아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미중 경제 패권 경쟁에서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법원 판결이 바꾼 협상 테이블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의 대중국 34% 관세를 비롯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무력화됐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승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베이징이 이 승리를 과시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트럼프 팀과의 협상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게 됐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가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판결 직후 10%에서 15%로 인상되는 글로벌 관세를 발표하며 대안 경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라는 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3월 베이징 정상회담의 변수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정된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이 이번 판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대법원 판결을 앞세우기보다는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와인 선임 연구위원은 "시진핑이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할수록 미중 간 취약한 무역 휴전이 본격화되고, 트럼프가 중국에 아시아에서 더 큰 행동 자유를 주는 안보 양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중국 대사관 대변인 류펑위는 "관세와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미 경제무역 협력과 글로벌 경제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동맹국들의 딜레마
이번 판결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 특히 3월 워싱턴 방문이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국무차관보를 지낸 댄 크리텐브링크는 "대부분의 아시아 파트너들이 신중하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며, 양측이 향후 몇 주간 함의를 검토하는 동안 기존 합의가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미중 관계 변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의 플랜 B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진행 중인 중국의 이전 무역협정 준수 여부 조사가 백업 플랜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무역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 칸나 의원은 행정부에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책임을 묻고 동맹국들의 집단적 힘을 활용하는" 새롭고 강력한 전략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가브리엘 와일다우 중국 정치 리스크 분석 전무는 "트럼프는 이미 첫 임기 때처럼 다른 법적 권한을 사용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의지를 보여줬고, 베이징은 관세가 '약간의 어려움'만으로 유지되거나 재창조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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