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응급실을 점령하고 있다, 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HBO 드라마 '더 핏'이 그린 AI 의료진단 시스템의 현실. 효율성과 인간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의료진들의 이야기
드라마 속 AI가 현실이 되고 있다
HBO의 메디컬 드라마 '더 핏(The Pitt)'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은 피투성이 환자나 절단된 사지가 아니다. 바로 AI 시스템이 의사보다 먼저 환자를 진단하는 순간이다. 드라마 속 응급실에서는 생성형 AI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 방향을 제시하고, 의료진은 그 '권고사항'을 따를지 말지 고민한다.
현실도 드라마를 따라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이 AI 진단 보조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미국에서는 이미 응급실 환자의 30%가 AI의 1차 스크리닝을 거친다는 보고가 나왔다.
의사들의 속마음: "도움 vs 위협"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 교수(가명)는 "AI가 놓칠 수 있는 드문 질환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환자와의 소통 시간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AI 도입 후 의사 1인당 하루 진료 환자 수는 평균 15% 증가했지만, 환자 1인당 면담 시간은 8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온다. "AI가 루틴한 업무를 처리해주니 복잡한 케이스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의사의 직관과 경험이 무시당하는 느낌"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환자는 AI 진단을 신뢰할까
흥미로운 건 환자들의 반응이다. 20-30대는 "AI가 더 정확할 것 같다"며 호의적이지만, 50대 이상은 "기계보다 사람이 낫다"는 반응이 70% 이상이다. 특히 중증 환자 가족들은 "AI 권고를 받아들일지 의사가 최종 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법적 책임이다. AI가 잘못 진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현재 의료법상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지만, AI 시스템 오류로 인한 의료사고 판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5년 후, 의사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구글의 Med-PaLM, 마이크로소프트의 Healthcare Bot처럼 의료 특화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방사선 판독에서는 이미 AI 정확도가 인간 전문의를 앞선 분야도 있다.
하지만 '더 핏'이 보여주는 건 단순한 기술 도입 이야기가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효율성과 인간성 사이의 긴장감이다. 환자는 숫자가 아닌 사람이고, 의료는 데이터 분석을 넘어선 인간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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