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 트럼프의 딜레마
트럼프의 강경 외교 정책이 미국 농민들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중국의 보복 구매 중단 우려 속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2025년을 겨우 버텨낸 아칸소주 대두농민 랜들 셸비는 새해를 불안감으로 시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이란, 그린란드, 캐나다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미국 농민들이 다시 한번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화요일 트럼프가 미국 2위 대두 생산지인 아이오와주 농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촌 표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강경 외교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농민들이 느끼는 현실적 위협
"농민들의 두려움은 이미 현실이다.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하는 셸비는 트럼프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의 외교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 그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2018-2020년 1차 무역전쟁 당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90% 이상 줄이며 보복했다. 그 자리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채웠고, 현재까지도 남미 국가들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셸비가 "남미가 이미 전 세계를 대형 수확물로 포화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중국의 대두 수입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연간 1억 톤 가까운 대두를 수입하는 중국에게 대두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전략적 자원이다. 하지만 공급처 다변화가 진행된 지금, 미국산 대두의 대체재는 충분하다.
정치적 계산과 경제적 현실의 충돌
트럼프의 고민은 복잡하다. 강경 외교로 지지층의 환호를 받으면서도, 그 여파로 농촌 지역의 표심을 잃을 위험이 있다. 2016년과 2020년 선거에서 농촌 지역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문제는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남미 국가들의 대두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중국도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했다. 미국 농민들이 잃은 시장 점유율을 되찾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다.
아이오와 대학교 경제학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30%만 줄여도 미국 농가 소득은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중간선거에서 농촌 지역 투표 행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용한 경고, 시끄러운 정치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아직 공개적인 보복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조용히" 구매량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더욱 교묘한 압박 방식이다.
중국의 이런 접근법은 트럼프 정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명확한 보복 조치가 있다면 "중국의 불공정한 보복"이라고 프레이밍할 수 있지만, 단순히 구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곡물 시장에서 한국도 무관하지 않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글로벌 곡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국내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은 대두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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