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방문 앞두고 한국이 '모든 가능성' 열어둔 이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두고 한국이 신중한 접근을 보이는 배경과 의미를 분석한다.
강경화 주미대사가 2월 24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말부터 4월 초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 기간 중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이 북핵 문제의 당사자이면서도 정작 대화의 주도권은 미국과 북한이 쥐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왜 지금 '모든 가능성'인가
강 대사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상황, 미중 관계, 북중 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이번 주는 북한 노동당 9차 대회가 열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외교와 국방 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핵 특사 정연두도 4일간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고위급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북미 대화 재개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다. 과거 트럼프 1기 때처럼 한국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무역 전쟁의 그림자
북한 문제만이 아니다. 강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도입한 10% 관세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화요일부터 시행된 이 임시 관세는 대법원이 기존 긴급 관세를 무효화한 뒤 1974년 통상법 122조에 따라 부과된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15%까지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301조 조사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주요 교역국 대부분"을 대상으로 미국 기술 기업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차별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쿠팡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문제 삼아 조사를 요청한 상황에서,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에게는 이중고다. 미국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과 함께 규제 조사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동맹의 딜레마
강 대사는 "미국은 북한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으며, 한국이 당황하지 않도록 사전사후에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공식적 약속과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회담 때도 한국은 뒤늦게 결과를 전해 듣는 처지였다. 이번에도 중국에서 갑작스런 북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준비된 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미 대화를 반대할 수는 없지만, 한국의 안보 이익이 간과되지 않도록 사전에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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