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트럼프를 칭찬하는 SBF, 그 계산은?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수감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25년형을 선고받은 그가 이란 공습까지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옥에서 대통령을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는 하나다.
샘 뱅크먼-프리드(SBF). FTX 붕괴로 수백만 명의 자산을 날린 장본인이자 현재 25년 형을 복역 중인 그가 요즘 부쩍 바빠졌다.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트럼프의 이란 공습을 지지하고, 바이든 시절보다 낮아진 유가를 칭찬한다. 물론 직접 타이핑하는 건 아니다. 교도소가 허가한 중개인을 통해서다.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최근 SBF가 내놓은 발언들을 보면 방향성이 뚜렷하다. 트럼프의 이란 군사 타격을 "핵 위협 억제에 필요한 조치"라고 옹호했고, 이란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그전에는 트럼프 집권 이후 유가가 바이든 시절보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SEC 수장이 게리 겐슬러에서 폴 애트킨스로 교체된 것도 "SEC를 구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크립토 업계에 대한 규제 압박이 줄었고, 기관 간 갈등도 완화됐다는 논리다.
이 발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부 트럼프가 좋아할 만한 내용이다.
왜 지금인가
배경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사건을 함께 봐야 한다.
첫째, 그의 변호인단은 지난 2월 재심 청구 신청을 냈다. 법원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고, 검찰은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법정 싸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둘째, FTX 회생 트러스트는 이번 주 채권자들에게 약 22억 달러(약 3조 원)를 배분한다고 밝혔다. 파산 청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당수 채권자들이 원금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받게 됐다. "피해자들은 거의 다 회복됐다"는 서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SBF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다.
트럼프는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해 왔다. 2025년 취임 직후, 다크웹 마약 거래 플랫폼 실크로드를 운영해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로스 울브리히트를 석방했다. 금융 범죄에도 사면 전례가 있다. SBF가 이 패턴을 모를 리 없다.
계산이 맞는가
여기서 복잡한 지점이 등장한다.
트럼프가 SBF를 사면할 이유가 있을까? 크립토 업계는 트럼프 2기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다. 폴 애트킨스 SEC 의장 임명,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논의 등 트럼프 행정부는 크립토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BF의 사면이 업계에 "화해의 제스처"로 읽힐 수도 있다.
반면, SBF는 과거 민주당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이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그가 민주당 계열 후보와 단체에 쏟아부은 돈은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SBF는 "적의 편에 섰던 인물"이다. 이 정치적 이력은 사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SBF가 지지를 표명한 이란 공습 자체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군사 행동이 글로벌 유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계와 기업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을 SBF가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지지가 오히려 트럼프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립토 시장과 한국 투자자
국내 크립토 투자자들에게 이 사건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숫자를 다시 보자. FTX가 붕괴한 2022년, 비트코인은 한 해 동안 65% 이상 급락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직격탄을 맞았고, FTX에 직접 자산을 맡겼던 한국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SBF의 사면 여부는 단순히 한 개인의 운명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크립토 관련 대형 금융 범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신호다.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완화와 친크립토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SBF 사면이 현실화된다면 "크립토는 법 위에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반대로 사면이 거부된다면, 규제 완화와 법적 책임은 별개라는 메시지가 된다.
한국의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국내 규제 당국도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어떤 선례를 만드느냐는 국내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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