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속 도시를 지키는 건 군인이 아니었다
미국·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후티 반군, 정작 예멘 내부 도시에선 정부 지지자와 무장 자원봉사자들이 검문소를 지킨다. 이 역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전선에서 싸우는 동안, 도시는 누가 지키는가?
후티 반군의 전투원들이 미군 드론과 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싸우는 동안, 예멘의 후티 통제 도시들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정규 병력 대신, 정부 지지자들과 무장 자원봉사자들이 거리 검문소를 지키고 도시를 순찰한다. 전쟁의 외부와 내부가 완전히 다른 논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검문소의 사람들
예멘 수도 사나를 비롯한 후티 통제 지역의 주요 도시 진입로에는 AK 소총을 든 민간인 복장의 남성들이 서 있다. 이들은 정규 군인이 아니다. 후티 당국이 조직한 자원봉사 민방위대이거나, 부족 네트워크를 통해 동원된 지역 지지자들이다. 공식 제복도, 체계적인 훈련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가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후티 세력의 정예 전투 병력 상당수는 홍해 연안과 예멘-사우디 국경 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미국 해군과의 해상 대치, 이스라엘을 향한 드론·미사일 공격, 그리고 산발적인 지상 교전이 정규 전력을 외부로 끌어당기고 있다. 도시 내부의 치안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국 이념적 동원과 부족적 유대다.
왜 지금, 이 풍경이 중요한가
2024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후티 공습은 수백 회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후티 세력은 붕괴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중 구조다. 외부의 군사 압박이 강해질수록, 내부의 자원봉사 동원 체계는 오히려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것은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다. 후티가 예멘 북부 인구 약 2,000만 명을 통제하는 방식의 핵심이 여기 있다. 군사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념·종교·부족 네트워크의 복합적 지배 구조다. 이란의 지원이 무기와 자금에 집중되는 동안, 내부 통치는 이 자발적 동원 시스템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상선(HMM)을 포함한 국내 해운사들은 홍해 항로를 사실상 우회 중이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항로는 운항 일수를 약 10~14일 늘리고, 운임 비용을 상당폭 끌어올린다. 예멘의 도시 검문소가 평온하든 혼란스럽든, 홍해의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그 비용을 계속 치른다.
자원봉사자가 국가를 대신할 때
역사적으로 비국가 무장 세력이 장기 집권에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모두 군사 조직과 별개로 민간 행정·치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후티의 자원봉사 검문소는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균열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충성심은 이념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예멘 경제는 2015년 내전 본격화 이후 사실상 붕괴 상태다. 후티 통제 지역의 공무원들은 수년째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 민방위대가 언제까지 무보수로 검문소를 지킬 수 있는가는 열린 질문이다.
국제 사회의 시각도 엇갈린다. 미국과 서방은 이 구조 전체를 이란의 '저항의 축' 프록시 네트워크로 본다. 반면 일부 아랍 세계에서는 외세의 공습에 맞서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를 지키는 모습으로 읽힌다. 같은 검문소를, 누가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관련 기사
글로벌 해운 공급망이 '효율 극대화'에서 '회복력 강화'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그 전환은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전에 중동을 출발한 유조선들이 향후 10일 내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원유 공급 공백이 현실화되기 전,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레바논은 왜 내전과 경제 붕괴, 외세 개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중동 지정학의 핵심 단층선이 된 레바논의 현재와 구조적 위기를 분석한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전쟁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농산물 수입에 의존하는 테헤란이 스스로 식량 위기를 자초했다. 한국 곡물 수입과 에너지 가격에도 파장이 미친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