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채권시장, 누가 진짜 권력을 쥐고 있나
덴마크 연기금의 미국채 매각이 던진 질문. 30조 달러 미국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3분의 1을 보유하는 상황,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채권시장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덴마크의 한 연기금이 최근 1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30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보면 바닷물 한 방울 같은 규모다. 하지만 이 작은 움직임이 던진 질문은 결코 작지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재 미국 국채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미국 경제의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등을 돌린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감세와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이 질문은 더욱 절실해졌다.
30조 달러의 딜레마
미국 정부는 매년 수조 달러를 빌려야 한다. 기존 부채의 이자를 갚고, 새로운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온다. 일본은 1.1조 달러, 중국은 0.8조 달러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투자자들도 수천억 달러 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공약한 정책들이 이런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관세는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 있고, 감세 정책은 정부 적자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덴마크 연기금의 결정은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 정부는 더 높은 이자율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정부 부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1%포인트만 오르더라도, 연간 이자 부담은 수천억 달러씩 늘어난다.
시장이 정치를 길들이는 법
역사를 보면 정치인들의 야심찬 계획이 채권시장의 현실 앞에서 무너진 사례가 많다. 1990년대 초 빌 클린턴 대통령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지만, 채권 금리 상승 압박에 결국 긴축 정책으로 선회했다. 당시 클린턴의 참모 제임스 카빌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다시 태어난다면 대통령이나 교황이 아니라 채권시장이 되고 싶다. 그게 진짜 권력이니까."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사례는 더욱 극명하다. 2022년 그녀가 발표한 대규모 감세 정책은 채권시장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영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파운드화가 폭락하자, 트러스는 44일 만에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이런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까? 그는 이미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시장이 미국 정부의 신용도를 의심한다면 장기 채권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게 던지는 메시지
이 상황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미국채로 보유하고 있다. 만약 미국채 시장에 혼란이 온다면, 한국의 외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경제 주권*의 문제다.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글로벌 자본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정책 자유도가 크게 제약받는다. 한국 역시 국가부채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도 미국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 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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