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을 대신한다면, 누가 그 '뇌'를 소유할까?
글린(Glean)이 72억 달러 기업가치로 주목받는 이유. 기업 AI의 핵심 인프라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의 실체를 파헤친다.
72억 달러. 작년 글린(Glean)이 받은 기업가치다. 기업 검색 서비스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런 평가를 받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로 '일을 하는' 시대가 왔고, 누군가는 그 모든 AI의 '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에서 일꾼으로, AI의 진화
글린의 CEO 아빈드 자인(Arvind Jain)은 최근 웹서밋 카타르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기업 AI는 챗봇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변화의 핵심은 AI 에이전트다. 단순히 "이메일 어디 있지?"라고 묻는 대신, "다음 주 회의 자료 준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알아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관련 팀원들에게 공유까지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런 AI가 회사의 모든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누군가는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전쟁: AI 인프라 패권
글린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회사는 자신들을 "AI 작업 어시스턴트"라고 부르며, 다른 AI 경험들 아래에서 작동하는 인프라 역할을 자처한다. 내부 시스템 연결, 권한 관리, 직원들이 일하는 모든 곳에서의 인텔리전스 제공이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이미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의 데이터와 시스템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반면 글린 같은 전문 업체들은 "우리는 중립적"이라는 카드를 내민다.
하지만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받은 글린의 성장세를 보면, 투자자들은 이 시장이 단순한 '빅테크 vs 스타트업' 구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
국내 상황은 어떨까?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 AI 시스템 구축에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이들에게는 "직접 만들 것인가, 사올 것인가"의 선택이 남았다.
문제는 AI 인프라 선택이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의 모든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 마치 한 번 카카오톡에 익숙해지면 다른 메신저로 옮기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빅테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특히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표준을 따를 것인지, 국산 솔루션을 고집할 것인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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