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미국 우선'의 역설적 결과
트럼프의 America First 정책 1년, 약속된 일자리 증가는 어디에? 관세와 규제완화가 실제 미국 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2,500만 개.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에서 약속한 일자리 창출 목표였다. 그러나 'America First' 정책 1년이 지난 지금, 정작 미국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재집권 후 즉시 공격적인 보호무역 정책을 펼쳤다. 중국산 제품에 60%, 기타 국가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 부활"을 선언했다. 동시에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법인세를 21%에서 15%로 인하했다.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S&P 500은 18% 상승했고, 기업 이익은 분기별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고용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3.2% 감소했다. 관세로 인한 원자재 비용 상승이 중소 제조업체들을 직격했기 때문이다. 오하이오주의 한 철강 가공업체 사장은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정작 우리가 쓰는 특수강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비용만 30% 올랐다"고 토로했다.
승자와 패자의 명확한 분리
정책의 혜택은 예상과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가장 큰 수혜자는 대형 기술기업과 금융회사들이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으면서도 주요 제조 기지가 해외에 있어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중서부 제조업 지역의 노동자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관세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로 공장들이 가동률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늘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의 자동차 부품 공장 12곳이 지난 6개월간 폐쇄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지역 대부분이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정작 정책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한 현실
'America First'의 가장 큰 맹점은 현대 경제의 상호연결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부품과 원자재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온다. 관세 정책은 이 복잡한 공급망을 단순히 '미국 vs 외국'으로 이분화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중국에서 배터리를 수입해 미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한다. 배터리 관세가 오르면 미국 내 조립 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일자리는 중국이나 멕시코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도 이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공장 증설 계획을 연기했고, 현대자동차는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늘렸다. 아이러니하게도 'America First'가 미국 내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킨 것이다.
정치적 수사와 경제적 현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정책의 성과를 강조한다.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주식시장 상승이 모든 미국인의 연금을 늘렸다"며 "장기적으로 제조업이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월가의 분석은 다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관세 정책이 지속되면 향후 2년간 제조업 일자리가 추가로 8%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호무역의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이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수정의 어려움이다. 관세를 걷어내면 "약속을 어겼다"는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고, 유지하면 경제적 피해가 누적된다.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딜레마에 갇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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