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교체를 원하는 네타냐후, 중동은 어디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정권교체 조건 조성을 언급한 가운데,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국제사회 시위가 이어지며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안보와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이란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북부 주거 지역에 떨어졌다. 같은 날, 아테네 거리에는 수천 명이 쏟아져 나와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그리고 바그다드에서는 프랑스 군인 한 명이 공격으로 사망했다.
2026년 3월 13일, 중동의 하루는 이렇게 흘렀다.
네타냐후가 꺼낸 카드: '정권교체 조건 조성'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란 정권교체를 위한 '조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점령이나 직접 개입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이란 핵시설과 군사 인프라에 대한 타격 능력을 실증한 이후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조건 조성'이라는 표현은 외교적으로 모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이란 내부 반정부 세력 지원, 경제 제재 강화 압박, 그리고 군사적 압박을 통한 정권 불안정화다. 이스라엘이 이 중 어느 경로를 택할지, 혹은 동시에 밀어붙일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란은 즉각 반응했다. 이스라엘 북부 주거 지역을 향한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이란 측은 이를 '방어적 대응'이라고 규정했지만, 민간 지역을 겨냥한 공격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선은 이미 이라크까지 번졌다
이 갈등이 양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라크에서 확인됐다. 프랑스 군인 한 명이 이라크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이라크에는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친이란 민병대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기도 하다.
터키 기지 인근에서도 발사체가 포착됐다. 해당 기지에는 미군이 함께 주둔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 장면 하나가 현재 중동 갈등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NATO 회원국인 터키, 주둔 중인 미군, 친이란 세력이 한 공간에 뒤엉켜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힌드 라자브 정의법(Justice for Hind Rajab Act)'이 발의됐다. 가자 전쟁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지만, 미국 내 여론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한 이스라엘 군 내부에서는 학대 혐의를 받던 병사들에 대한 기소가 취하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결정은 국제 인권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지금, 이 발언인가
타이밍이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네타냐후의 '정권교체' 발언이 나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란과 외교 채널을 열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군사적·언어적 압박을 강화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과의 협상 타결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킬 수는 있지만, 정권 자체를 약화시키지는 못한다. 네타냐후가 원하는 것은 후자다.
아테네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온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유럽에서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는 이미 정치적 변수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자 사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왔는데, 이번 이라크에서의 프랑스 군인 사망은 유럽의 중동 정책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변수다.
한국은 어떻게 봐야 하나
중동 정세는 한국에게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질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과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동 건설 수주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기업들에게 역내 불안정은 곧 리스크다.
북한 변수도 있다. 이란과 북한은 미사일 기술 협력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 역량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개발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이란이 핵 억지력 강화에 나선다면, 북한에게도 유사한 유인이 생길 수 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이 갈등에서 단순한 승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각 행위자의 셈법은 분명하다.
네타냐후에게 이란 정권교체는 정치적 생존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사법 리스크와 연립 정부 내 갈등을 안보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는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명분이 된다. 역설적으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해질수록 이란 정권이 단기적으로 더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딜을 통해 중동을 안정시키고 싶어하지만, 동맹인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 삼각 방정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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