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억원 비트코인 투자한 '홍콩 유령회사'의 정체
중국 자본이 홍콩을 통해 미국 비트코인 ETF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추측이 현실로 드러났다. 자본 통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루트인가?
4300억원. 홍콩의 정체불명 회사 '라우로레(Laurore)'가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에 투자한 금액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유령회사의 실체
라우로레는 지난주 SEC에 단 한 번의 서류만 제출했다.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 4억 3600만 달러 투자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개인 투자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서류에 기재된 이사는 '장후이(Zhang Hui)'. 중국에서 '김철수'만큼 흔한 이름이다. 홍콩 회사등록소를 뒤져보니 장후이라는 이름의 이사가 100명 넘게 등록되어 있었다.
더 이상한 건 주소였다. 서류에 적힌 홍콩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보니, 그곳엔 '아베카무어 어드바이스(Avecamour Advice)'라는 다른 회사가 있었다. 라우로레는 홍콩에 등록되지도 않은 회사였다.
침묵을 깬 대변인
일주일간의 추측 끝에 라우로레 측이 입을 열었다. 대변인은 "소유주가 은밀함을 선호한다"며 "개인적 투자 신념의 반영"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수수께끼는 더 깊어졌다. 아베카무어 어드바이스의 유일한 이사도 같은 장후이였고, 이 회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모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조세회피처 구조다.
"라우로레 소유주가 아베카무어의 이사이기도 하다"는 대변인의 말은 장후이가 실제 투자자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자본 도피의 새로운 루트
암호화폐 업계는 이를 '자본 도피(capital flight)'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본토 자본이 홍콩을 경유해 미국 비트코인 ETF로 빠져나가는 새로운 경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콩 거래소 비트코인 ETF는 높은 수수료와 낮은 유동성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기피한다. 미국 상장 IBIT는 훨씬 저렴하고 거래량도 많다.
하지만 단순히 홍콩 기반 펀드나 패밀리 오피스의 정상적인 투자일 수도 있다. 중국의 엄격한 자본 통제를 고려하면, 4300억원이라는 거액을 해외로 빼돌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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