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정책으로는 해결 안 되는 수학 문제
12월 주택 매매 계약 9.3% 급락. 트럼프의 50년 모기지, 이동형 대출 제안도 근본 문제인 주택 공급 부족은 해결 못해
9.3%. 지난 12월 미국 주택 매매 계약이 한 달 새 급락한 수치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모기지 금리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정작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12월의 충격, 예상 밖의 급락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12월 주택 매매 계약 지수는 전문가들조차 당황시켰다. 몇 달간 조심스럽게 개선되던 주택 시장이 갑작스럽게 벼랑 끝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4개 지역 모두에서 매매 계약이 줄었고, 그중 3개 지역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하락이 충격적인 이유는 타이밍이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주택 가격 상승률도 전년 대비 둔화되면서 봄 판매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던 상황이었다. NA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조차 "이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더 나쁜 상황의 시작인지 불분명하다"고 인정했다.
겨울 데이터는 휴일 일정과 날씨 요인으로 해석이 까다롭지만, 이를 감안해도 지난 20년간 12월 기준 최악의 실적이었다.
트럼프의 창의적 제안들, 그러나 부작용 우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주택 정책 어젠다를 발표했다. 50년 모기지, 이동형 모기지, 기관투자자 매입 금지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주택 경제학자들은 각 제안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50년 모기지는 월 납입금을 수백 달러 줄여주지만, 대출 기간 동안 지불하는 총 이자는 크게 늘어난다. 30년 대출 대비 이자 부담이 수십만 달러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동형 모기지는 기존 주택 소유자가 낮은 금리를 새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2022년 이전 저금리를 확보한 기존 소유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첫 주택 구매자와의 격차만 더 벌어뜨릴 우려가 있다. 오히려 재구매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 매입 금지는 감정적으로 어필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들 대형 임대업체가 소유한 단독주택은 전체 단독주택 임대 시장의 약 2%에 불과하고, 금리 상승으로 이미 매입을 크게 줄인 상태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
모든 정책 논쟁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미국은 주택 부족 상태이고, 이를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수요를 충족하려면 수백만 채의 주택이 더 필요하다. 이를 건설하려면 주별, 지방별로 복잡하게 얽힌 용도지역제와 허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주택 경제학자들이 모기지 중심 정책에 회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낮은 금리와 긴 대출 기간은 개별 구매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급 증가 없이 수요만 늘리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같은 수의 집을 놓고 더 많은 사람이 경쟁할 수 있게 되면, 가격은 떨어지기보다 오르는 경향이 있다.
주택 경제학자들의 메시지는 거의 주문처럼 반복된다. "문제는 공급이다." 주거비 위기는 집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다. 대출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는 이 수학 공식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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