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AI 칩 경쟁에서 구글·아마존을 겨냥한 이유
마이크로소프트가 3배 빠른 성능의 Maia 200 AI 칩을 공개했다. 클라우드 AI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신호다.
1,000억 개.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공개한 Maia 200 AI 칩에 들어간 트랜지스터 개수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성취 때문이 아니다. 클라우드 AI 시장의 패권 다툼이 하드웨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aia 200이 아마존의 3세대 Trainium 칩보다 3배 빠른 성능을 낸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7세대 TPU보다도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벤치마크 자랑이 아니라, 경쟁사를 직접 거명한 도발적 메시지다.
왜 지금 자체 칩에 올인하는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의 GPU에 크게 의존해왔다. OpenAI와의 파트너십으로 ChatGPT 열풍을 이끌었지만, 정작 핵심 하드웨어는 남의 손에 맡겨둔 셈이었다. 엔비디아 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AI 서비스 운영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TSMC의 3nm 공정으로 제작된 Maia 200은 이런 의존성을 끊으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선택이다. 클라우드 AI 서비스 Azure OpenAI를 운영하면서 쌓인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된 칩을 직접 만든 것이다.
스콧 거스리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AI 부문 부사장은 "Maia 200은 현재의 가장 큰 AI 모델도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고, 미래의 더 큰 모델을 위한 충분한 여유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현재 경쟁에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 미래 AI 발전까지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빅테크 칩 전쟁의 새로운 국면
이제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자체 AI 칩을 갖게 됐다. 구글은 TPU로 먼저 시작했고, 아마존은 Trainium과 Inferentia로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첫 번째 Maia 칩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세대를 내놨다. 애플도 M 시리즈 칩에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AI 시대에 하드웨어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칩을 가진 기업이 더 나은 AI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고객 확보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핵심 무기인 셈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AI 전용 칩 설계에서는 아직 글로벌 빅테크에 뒤처져 있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은 뛰어나지만, AI 서비스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칩이 바꿀 게임의 룰
Maia 200의 등장은 AI 산업 생태계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AI 칩 시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으로 무장하면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는 AI 서비스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체 칩으로 비용을 절감한 기업들이 더 저렴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시에 AI 시장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더욱 독점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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