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한국에 "약속 이행 안 했다"고 관세 인상 카드 꺼낸 이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 쿠팡 규제와 원화 약세가 미국 압박의 배경.
3500억 달러. 지난해 7월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 규모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이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관세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한국에 대한 '상호주의'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린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황한 한국 정부는 캐나다 출장 중이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급히 워싱턴으로 보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 긴급 회담을 갖기로 했다.
약속은 했지만, 이행은 지지부진
한미 간 무역협정의 핵심은 단순했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상호주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춰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체결되어 몇 달 후 최종 확정된 이 거래에서 트럼프는 먼저 관세를 낮춰줬다.
하지만 한국 쪽 이행은 예상보다 더뎠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이 더 낮은 관세를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거래를 맺었다"며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낮춰줬지만, 한국은 약속 이행에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단순히 투자 지연만이 아니다. 워싱턴에서는 한국의 쿠팡 규제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우려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상장사인 쿠팡이 대규모 고객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한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 미국 측 불만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라는 복병
더 큰 걱정거리는 원화 가치 하락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달러 기준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500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환율 변동으로 실제 투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에게 한국의 대미 투자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압박의 타이밍
트럼프가 이 시점에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취임 일주일 만에 한국을 압박한 것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신호를 보내는 의미가 크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 정부로서는 딜레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쿠팡 같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는 국내 여론과 미국의 압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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