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갈등, 협상 테이블에서 '평행선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틀간 만났지만 관세 인상 문제 해결책 찾지 못해. 35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행이 쟁점.
25%와 15%. 겨우 10%포인트 차이지만, 한국 경제에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 있는 숫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워싱턴에서 이틀간 진행한 협상이 30일(현지시간)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현행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한 이후 첫 공식 협상이었지만, 양측은 '상호 이해가 깊어졌다'는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
3500억 달러 약속, 이행 속도가 문제
이번 갈등의 핵심은 지난해 7월 체결된 한미 무역협정의 이행 속도다.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은 그 대가로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낮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관련 입법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상무부 건물을 나서며 "상호 입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접점을 찾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언제 실제로 관세를 인상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양측은 김 장관이 귀국한 후에도 화상회의를 통해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관세 카드를 꺼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딜레마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한국의 주력 수출 기업들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25%까지 오르면 현대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500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 약속을 성급하게 이행하다가 국내 경제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국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에 대해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
이번 한미 무역 갈등은 단순히 양국 간 문제를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읽힌다. 한국이 첫 타깃이 됐지만,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다른 주요 교역국들도 비슷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요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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