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6개국 동시 타격, 중동 질서가 흔들린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하루 만에 사우디, UAE 등 걸프 6개국이 이란 미사일에 타격받았다. 30년간 유지된 걸프 안보 체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신호탄일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3월 1일 새벽, 이란의 미사일이 활주로를 강타한 직후였다. 같은 시각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와 바레인 미군기지에서도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24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 하루 만에 걸프 지역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란은 사우디,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 걸프 6개국을 동시에 타격했다. 이들 국가 중 어느 곳도 자국 영토에서 이란을 공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0년 걸프 질서의 균열
걸프 지역의 안보 체제는 세 개의 기둥 위에 서 있었다. 미국이 절대적 안보 보장자 역할을 하고, 이란과의 대립은 통제 가능한 선에서 관리하며,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이 최소한의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 모든 전제를 한순간에 뒤흔들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걸프 각국의 서로 다른 반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 방공망 강화를 발표했고, UAE는 이란과의 경제 협력 중단을 시사했다. 반면 오만은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30년간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온 걸프 외교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중국이 중재한 2023년 사우디-이란 화해는 이제 옛말이 됐다. 당시 "지역 안정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평가받았던 이 합의는 불과 3년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UAE의 실용적 이란 채널, 오만의 중재 역할도 모두 의미를 잃었다.
경제적 파장,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전 세계 석유의 21%가 위험에 노출됐다.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고, 해운보험료는 300% 급등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걸프 국가들이 추진해온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 비전 2030, UAE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 카타르의 2030 국가 비전 등 수조 달러 규모의 미래 투자가 불확실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고, 메가 프로젝트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장기적 전략 리스크다.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걸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산 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고, 일본은 호주산 수소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걸프가 에너지 공급국으로 남더라도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게 던지는 메시지
한국은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국내 석유 수입의 72%가 중동에서 오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이 걸프 지역에서 수십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와 맺은 20년 장기계약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건설,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제재 대상이고, 미국산 셰일오일은 가격이 비싸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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