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협상 타협안 논의 준비 완료, 미국의 진정성이 관건
이란 부외무장관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재 해제를 논의할 의지를 보인다면 핵협상에서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어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정부청사에서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이란 부외무장관은 BBC 기자와 마주 앉았다. 그의 손에는 협상 자료가 쌓여 있었고, 표정은 신중했다. "공은 미국 쪽에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들이 진정으로 합의를 원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차례입니다."
이 발언은 수개월간 교착상태에 빠진 이란 핵협상에 새로운 전환점을 시사한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 제한에 대한 타협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양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과 이란은 2월 초 오만을 통해 간접 대화를 재개했다. 라반치 부외무장관은 이 회담이 "다소 긍정적인 방향"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화요일 제네바에서 2차 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란의 타협 의지는 구체적인 제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테헤란은 현재 보유 중인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핵무기 제조 가능 수준에 근접한 농축도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켜 왔다.
"우리는 이 문제와 핵 프로그램 관련 다른 사안들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 그들이 제재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입니다"라고 라반치는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선호하지만 이란과의 거래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핵심 쟁점들의 변화
협상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국이 이란의 완전한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라반치는 "제로 농축 문제는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이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하에서 평화적 핵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미국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란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 우리 미사일이 구원해줬는데 어떻게 우리의 방어 능력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라반치는 반문했다.
현재 이란은 400kg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핵협정 당시처럼 이를 해외로 반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협상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는 이르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지역 안보와 군사적 긴장
협상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가 있다. 미국은 현재 4만 명 이상의 병력을 중동에 배치했고, 트럼프는 합의 실패 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라반치는 이러한 군사적 압박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가 이것을 실존적 위협으로 느낀다면,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또 다른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은 지역 내 미군 기지들을 정당한 공격 목표로 간주한다고 거듭 밝혀왔다. 작년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후 이란이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기지를 타격했을 때는 미군 사상자를 피했지만, 라반치는 현재 상황에서는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뢰 부족과 협상의 딜레마
양국 간 불신은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란은 작년 6월 이스라엘의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12일간의 전쟁을 겪으며 협상 과정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당시 공격은 6차 간접 회담을 며칠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또한 이란 관리들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기술적 전문성 없이 회담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한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 다음 회담에서 바뀌는 경우가 잦다고 비판했다.
다만 2월 초 회담에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한 것은 미국의 진지한 관여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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