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이 과도한 요구 포기해야" 핵협상 진전 위해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 포기를 촉구하며 핵협상 성공 조건을 제시했다. 중동 전쟁 우려 속 각국이 자국민 철수 명령을 내리고 있다.
제네바의 한 호텔 회의실. 이란과 미국 관리들이 오만의 중재로 간접 대화를 나눈 지 사흘째, 양측은 각자의 정부와 협의하기 위해 회담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크치의 발언은 협상 테이블 위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란의 조건부 협상 의지
아라크치 외무장관은 27일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 길에서의 성공은 상대방의 진정성과 현실주의, 그리고 오판과 과도한 요구의 회피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고 ISNA 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과도하다'고 보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발언임은 분명했다.
이는 앞서 그가 제네바 회담을 "지금까지 가장 집중적"이라고 평가하며 "진전"을 언급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톤이다. 당시 그는 "제재 해제와 핵 관련 조치를 포함해 어떤 합의에도 필수적인 사안들을 더 자세히 논의하기로 상호 이해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협상 재개 이후 이란에 핵 인프라 완전 해체, 탄도미사일 무기고 제한, 역내 동맹국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민간용 우라늄 농축 제한에는 유연성을 보이지만, 미사일과 대리 세력 문제는 협상 불가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외교와 무력시위의 이중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이란이 합의를 거부할 경우 폭격을 가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중동에 배치했다. 세계 최대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가 27일 이스라엘 하이파 항에 도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란 역시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는 않겠지만 공격받으면 응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역내 미군 기지를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강경 발언 속에서도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며칠간 비엔나에서 기술팀 회의가 병행될 예정이다.
각국의 자국민 대피 명령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각국이 잇따라 자국민 철수 명령을 내리고 있다. 중국은 27일 자국민에게 이란에서 "가능한 한 빨리"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의 비필수 직원 출국을 승인했는데, 이는 이번 주 초 레바논 주재 미국 공관에 내린 것과 같은 조치다. 캐나다, 인도, 영국, 폴란드도 비슷한 명령을 발령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한 예방 조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2020년 미국이 이란의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한 후에도 이 정도 규모의 대피 명령은 없었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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