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유가 200달러 시대 오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월요일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의 한 마디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해협은 봉쇄됐다. 누구든 통과하려 하면 혁명수비대와 해군이 그 배들을 불태울 것"이라는 에브라힘 자바리의 선언과 함께, 유가는 200달러를 향해 치솟기 시작했다.
세계 에너지 대동맥이 멈췄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이란과 오만 사이의 이 좁은 수로를 통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흘러간다. 하루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이곳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향한다. 이란의 봉쇄 선언은 곧 글로벌 경제의 심장을 겨누는 것과 같다.
이번 조치는 지난 토요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에 대한 보복이다. 이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사망했고, 이란은 즉각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대응에 나섰다.
자바리 지휘관은 "석유 파이프라인도 공격할 것이며, 이 지역에서 한 방울의 석유도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수천억 달러의 빚을 진 미국인들이 이 지역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 방울도 그들에게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쇄 충격파, 한국까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는 즉각 나타났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50% 가까이 폭등했고, 아시아에서도 40% 급등했다. 카타르에너지가 LNG 생산 시설 공격으로 액화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하면서다.
한국에게 이는 특히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은 곧 경제 전반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이미 LNG선 수주 급증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도 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같은 정유업체들은 원유 도입 비용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반 소비자의 주유비, 난방비 인상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응, 그 실효성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내일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전략석유비축분 방출이나 셰일오일 증산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핵심 통로 차단의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방어에 성공했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의 정제 능력을 가진 이 시설까지 타격받았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국제 해운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일부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기피하기 시작했고, 이는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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