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참여 재고해야
인도네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에 참여했지만,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임시방편적 외교가 자카르타의 법치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다보스에서 발표한 '평화위원회'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을 둘러싸고 자카르타 정치권에서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화위원회의 실체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한다며 이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권한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다보스 현장에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즉석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의 싱크탱크 PARA 신디케이트의 연구원 비르디카 리즈키 우타마는 "팔레스타인을 배제한 임시방편적 이니셔티브가 인도네시아의 법치주의 기반 외교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해왔으며, 이슬람 인구가 87%에 달하는 국가다.
딜레마에 빠진 자카르타
인도네시아가 이 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한 배경에는 복잡한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얻고 싶지만,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의 전통적 입지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평화위원회가 기존 국제법 체계나 유엔 같은 다자기구를 우회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아세안 방식의 합의 기반 외교를 추진해왔는데, 이번 참여 결정은 이런 원칙과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이슬람 단체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울라마 협의회(MUI)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성급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 중간국의 선택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중간국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키스탄, 일본 등에도 참여를 제안했지만, 이들 국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간국들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을 반영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지역 내 영향력과 전통적 외교 원칙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교역국이며,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평화위원회 참여가 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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