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 5000달러 돌파, 불안한 세계가 만든 신기록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만든 안전자산 대이동의 의미를 분석한다.
5000달러. 금 한 온스가 사상 처음으로 이 숫자를 넘어섰다. 불과 4년 전 온스당 1200달러였던 금이 4배 이상 뛴 것이다. 숫자 뒤에는 불안한 세계가 있다.
왜 지금 금인가
로이터에 따르면 금 가격은 26일 아시아 거래시간에 온스당 5007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안전자산 러시'라고 부른다. 달러 약세,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증가가 완벽한 조합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구매한 금은 1037톤으로 5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가 선두에 섰다. 달러 패권에 대한 우려가 금 매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04.4톤의 금을 보유해 세계 9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1.7%로 독일(67.4%), 미국(67.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승자와 패자의 명암
금값 급등은 뚜렷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냈다. 가장 큰 수혜자는 금광 기업들이다. 뉴몬트, 바릭골드 같은 대형 금광주들이 30-50%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금거래소를 통한 금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패자는 명확하다. 일반 투자자들이다. 금값이 오를수록 실물 금 구매는 부담스러워진다. 금 1돈(3.75g)이 70만원을 넘어서면서 결혼 예물이나 장신구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금값 상승은 종종 물가 상승의 신호탄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버블인가, 새로운 균형인가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금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투기적 거품"이라고 경고한다.
흥미로운 점은 젊은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기존에 금을 '구식 투자'로 여겼던 2030세대가 금 ETF나 금 적립식 펀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만큼이나 변동성이 큰 자산이 되어버린 금에 대한 인식 변화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보다 금값이 더 뜨거운 화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20%인 반면, 금값은 +8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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