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뜨거운 기술에 100억 달러가 몰린다
핵융합 발전 스타트업들이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용화 경쟁에 나섰다. 자기 밀폐, 관성 밀폐 등 다양한 방식으로 2030년대 상업용 전력망 연결을 목표로 한다. 한국 에너지 산업에 미칠 파장은?
"앞으로 10년이면 됩니다." 핵융합 연구자들은 수십 년째 이 말을 반복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왜 갑자기 돈이 몰리나
핵융합 스타트업들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넘어섰다. 이 중 12개 이상의 기업이 개별적으로 1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특히 지난 1년 사이 대형 투자 라운드가 집중됐다. 타이밍이 우연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존 전력망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은 '다음 세대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했다.
핵융합의 원리는 단순하다. 원자를 분열시키는 핵분열(원자력 발전)과 달리, 핵융합은 원자핵을 서로 합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쓴다. 태양이 빛을 내는 방식과 같다. 이론적으로는 소량의 연료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장기 방사성 폐기물도 거의 없다. 문제는 이 반응을 지구에서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이다.
인류는 수소폭탄을 통해 핵융합 자체는 이미 실현했다. 하지만 그건 '통제되지 않은' 융합이다. 발전소로 쓰려면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두 가지 접근법: 자석이냐, 레이저냐
현재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자기 밀폐(Magnetic Confinement) 방식이다. 초강력 자기장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법이다. 대표 주자인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는 일반 MRI 기기보다 13배 강한 20테슬라 자기장을 만드는 자석을 개발 중이다. 이 자석은 영하 253도의 액체 헬륨으로 냉각해야 한다. CFS는 2026년 말 시험 장치 Sparc를 가동하고, 순조롭다면 2027~2028년 버지니아주에 상업용 발전소 Arc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자기 밀폐 방식 안에서도 '토카막'과 '스텔라레이터'로 나뉜다. 토카막은 도넛 모양의 용기에 플라즈마를 가두는 구조로, 소련 과학자들이 1950년대 처음 이론화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가 대표적이다. 스텔라레이터는 토카막과 비슷하지만 용기가 비틀린 형태로, 플라즈마의 불규칙한 움직임에 맞춰 설계된다.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의 Wendelstein 7-X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이며, Proxima Fusion, Thea Energy 등의 스타트업도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둘째는 관성 밀폐(Inertial Confinement) 방식이다. 연료 알갱이에 레이저를 동시다발로 쏴서 압축·융합시키는 방법이다. 현재까지 '과학적 손익분기점', 즉 반응에서 나온 에너지가 투입 에너지를 초과한 유일한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가점화시설(NIF)이 이 기록을 세웠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투입 에너지'는 레이저에 쓰인 에너지만 계산한 것으로, 시설 전체 전력 소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Focused Energy, Marvel Fusion, Xcimer 등이 레이저 방식을 개발 중이고, First Light Fusion은 피스톤, Pacific Fusion은 전자기 펄스를 활용하는 독자적인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어디쯤 서 있나
사실 한국은 핵융합 분야에서 낯선 이름이 아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이 운영하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는 2024년 플라즈마를 1억 도에서 48초 동안 유지하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 정부도 2050년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장기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다. 정부 주도의 연구 체계는 안정적이지만 민간 스타트업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CFS가 2026년 시험 가동을 목표로 하는 동안, 한국의 상용화 목표는 여전히 25년 후다. 국내에는 핵융합 전문 스타트업이 거의 없고, 관련 벤처 투자 생태계도 초기 단계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에너지 안보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삼성, 현대, 두산 같은 대기업들이 핵융합 관련 부품·소재·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그 준비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낙관론과 회의론 사이
투자자들이 흥분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냉정한 시각도 필요하다. '10년 후면 된다'는 말이 반세기 동안 반복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기술적 난관도 여전하다.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 충분한 에너지 잉여를 만드는 것, 그것을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 — 각 단계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ITER는 당초 202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2030년대 후반으로 밀렸다. 수십억 달러짜리 국제 프로젝트도 일정이 어긋나는 분야다. 스타트업들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이지만, 더 빠른 실패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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