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면 체포, 안 가면 추방'…미국 이민 시스템의 딜레마
미국 이민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체포를 두려워해 법원 출석을 포기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와 심각한 인권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에서 합법적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해 법원 출석을 기다려온 이민자들이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졌다. 법정에 출두할 경우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될 것을 우려해, 어렵게 얻은 재판 기회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온라인 매체 보잉보잉(Boing Boing)이 보도했다. 이는 이민자들이 사법 절차를 신뢰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민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은 사실상 자발적으로 추방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담당 판사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궐석 추방 명령(in absentia removal order)'을 내린다. 이는 해당 이민자가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상실하고, 향후 적발 시 즉각 추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ICE는 법원 안팎에서 이민 단속 활동을 벌여왔다. 이민 절차를 밟기 위해 법원을 찾은 이들을 체포하는 관행은 변호사, 검사, 심지어 일부 판사들로부터 사법 절차에 대한 접근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법원 등 보호구역에서의 민사 이민 단속을 제한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민자들의 두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 인권 옹호 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의 사법 시스템 근간을 흔든다고 경고한다. 법원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장소가 아닌, 단속을 위한 '덫'으로 인식될 경우 누구도 사법 절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이민자들이 법의 테두리 밖, 더 깊은 음지로 숨어들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현상은 이민 단속이라는 행정적 목표와 사법적 권리 보장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민자들이 법원을 기피하게 만드는 정책이나 관행은 단기적으로는 단속 실적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미등록 인구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법치주의의 안정성은 모든 구성원이 공포 없이 사법 절차에 접근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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