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어" — 트럼프가 영국을 밀어낸 날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인 가운데, 트럼프가 영국의 항공모함 지원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70년 특별 동맹의 균열이 얼마나 깊어졌는가?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이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가 Truth Social에 올린 이 한 문장은, 어떤 외교 성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를 중동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3월 8일 Truth Social에 즉각 반응했다. "한때 위대했던 동맹국 영국이 드디어 항공모함 두 척을 중동에 보내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괜찮아, 스타머 총리. 우리는 이미 필요 없어 —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이미 이긴 후에야 전쟁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다."
영국을 "한때 위대했던(once great)" 동맹이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이스라엘 대 이란 전쟁의 맥락에서, 이 발언은 전후 질서를 떠받쳐 온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신호로 읽힌다.
현재 상황은 급박하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한 지 8일째, 이란 내 사망자는 1,332명에 달하고, 미군 전사자도 6명이 확인됐다. 레바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이라크에서도 추가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어정쩡한 자리
스타머의 딜레마는 복잡하다. 그는 지난 3월 3일 의회에서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적 타격에 합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영국 내 여론도 그의 편이다. 여론조사 기관 Survation이 영국 성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3%가 이 전쟁을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스타머가 처음에 미군의 영국 기지 사용을 막으려 했을 때, 56%가 그 결정을 지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영국 국방부는 결국 RAF 페어포드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제한적 방어 목적"으로 미군에 개방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원점에서 파괴하는 필요하고 비례적인 방어 행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기지를 내주고 방어 작전을 지원하는 묘한 중간 지점에 선 것이다.
트럼프의 눈에는 이것이 "이미 이긴 후에야 합류하는" 것으로 보였다.
균열의 뿌리
이 갈등은 이번 전쟁 때문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스타머가 2024년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한 결정을 "엄청난 어리석음"이라고 반복해서 비난해왔다. 차고스 제도에는 미-영 공동 군사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영국의 1965년 식민지 분리를 불법으로 판결한 것에 따른 조치였지만, 트럼프에게 그런 맥락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나토 동맹국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최전선에서 조금 물러나 있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스타머가 "모욕적이고 솔직히 끔찍하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3월 3일 백악관에서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회담하면서 트럼프는 "영국에 만족하지 않는다"를 반복했고, 스타머를 두고 "우리가 상대하는 건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집무실에 처칠 흉상을 다시 들여놓은 것을 생각하면, 이 비교가 얼마나 의도적인 모욕인지 알 수 있다.
동맹의 재편
같은 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우파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과의 정상회의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필요할 때 곁에 없는 동맹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여기 있는 나라들은 우리 곁에 있어왔다." 유럽 전통 동맹을 우회하고, 이념적으로 정렬된 새 파트너를 찾겠다는 신호다.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스타머는 국내 반전 여론과 미국의 압박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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