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신의 동료를 해고하고 있다
나스닥이 AI 에이전트를 감시·컴플라이언스에 전면 도입했다. 크립토닷컴 12% 감원, 블록 4000명 해고. 한국 금융·IT 업계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초, 크립토닷컴은 전체 직원의 12%를 내보냈다. 공식 이유는 단 하나였다. "AI를 통한 효율화." 같은 시기, 잭 도시가 창업한 결제 기업 블록은 4,000명 이상, 전체의 40%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 메사리는 CEO까지 교체하며 스스로를 'AI 퍼스트 기업'으로 선언했다. 이건 예고편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이야기다.
나스닥은 이미 AI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중 하나인 나스닥에서 옵션 리서치를 총괄하는 프라나브 라메시는 최근 CoinDesk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많은 인간의 일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위 직급의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 서비스, 애널리스트 역할이 먼저 사라지고 있어요."
그의 말은 추측이 아니다. 나스닥은 지난 18개월 동안 AI 에이전트를 시장 감시(Market Surveillance), 컴플라이언스, 시장 미시구조 분석에 전면 도입했다. 자회사 나스닥 베라핀의 'Agentic AI Workforce'는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저가치·고빈도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자동화한다. 2023년에는 SEC가 승인한 최초의 AI 기반 주문 유형인 'Dynamic M-ELO'를 출시했다. 140개 이상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시장 상황에 맞게 주문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라메시가 강조하는 건 '신뢰의 전환'이다. 과거 AI는 기업 워크플로에 적용하기엔 환각(hallucination) 오류가 너무 잦았다. 하지만 지난 6개월 사이 그 신뢰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금 나스닥의 많은 시스템은 AI가 대부분의 분석과 실행을 담당하고, 인간은 마지막 승인 단계에만 개입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크립토 시장이 가장 먼저 달린다
라메시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이 AI 에이전트 도입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이용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며, 시장이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가 예상하는 서비스는 포지션 분석, 거래 제안, 실행 지원까지 포함하는 리테일 향 AI 에이전트다.
다만 그는 '완전 자율화'와는 선을 긋는다. 지금 모델은 AI가 분석과 워크플로를 처리하고, 최종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는 구조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는 이 관찰을 사업으로 연결했다. 나스닥 동료 개빈 재엔츠와 함께 공동 창업한 리드포엣(Leadpoet)은 AI 기반 리드 자격 심사 플랫폼이다. 정적인 잠재 고객 목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웹 신호와 기업 맥락을 분석해 "구매 의향이 있는 리드"를 자동으로 추려낸다. 출시 첫 분기에 연환산 매출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달성했고, DSV Fund와 Astrid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분산형 AI 네트워크 비텐서(Bittensor)를 기반으로 하며, NVIDIA Inception 프로그램 멤버이기도 하다.
한국은 어디쯤 있나
이 흐름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통해 AI 기반 금융 서비스를 확장 중이고,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금융 컴플라이언스에 접목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토스는 고객 상담 자동화 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국내 금융사들은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반면, 글로벌 크립토·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를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한국의 20·30대 금융 애널리스트, 컴플라이언스 담당자, 고객 서비스 직원들은 이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AI를 '도구'로 쓰는 기업과, AI에 '대체'되는 기업 사이의 간극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AI 에이전트를 내재화한 금융 플랫폼과 그렇지 않은 플랫폼의 비용 구조는 3~5년 안에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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