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막으려다 공항을 막은 아이러니, 반드시 필요한 기술의 딜레마
멕시코 국경에서 드론을 막기 위해 사용한 레이저 무기가 오히려 엘파소 공항을 폐쇄시켰다. 드론 위협이 커지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
2026년 2월 10일, 텍사스 엘파소 공항이 갑작스럽게 폐쇄됐다. 원인은 공항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때문이었다. 미국 국경순찰대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드론을 막기 위해 국방부의 레이저 무기를 사용했고, 이 무기가 오히려 항공 교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연방항공청(FAA)이 공항과 주변 공역을 폐쇄한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그 '드론'이 파티용 풍선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드론 위협이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안전을 지킬 것인가?
ISIS가 시작한 드론 전쟁의 유산
2015년, ISIS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드론을 개조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군에게 수류탄과 박격포를 투하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은 이런 위협에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이것이 민간용 드론을 군사 목적으로 개조하는 트렌드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협이 더 이상 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런던 개트윅 공항은 정체불명의 드론 하나 때문에 3일간 폐쇄됐다. 100,000명 이상의 승객에게 영향을 미쳤다. 2025년 6월, 우크라이나군은 '거미줄 작전'으로 100대 이상의 카미카제 드론을 러시아 영토 깊숙이 보내 폭격기 함대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그리고 전국의 원자력발전소와 주요 시설들이 모두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위협은 더욱 현실적이다.
세 가지 방어막: 각각의 한계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반드론센터의 제이미 제이콥 교수에 따르면, 드론 방어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전파 방해 기술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드론과 조종자 간의 통신을 차단하거나 가짜 신호를 보내 드론을 '집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물리적 피해 없이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어 민간 지역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GPS 신호를 차단하면 다른 사용자들도 영향을 받고, 드론이 '조용한 모드'로 작동하거나 GPS 없이도 항법할 수 있다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이번 엘파소 사건에서 사용된 레이저나 마이크로파 시스템이다. 집중된 에너지 빔으로 드론의 부품을 과열시켜 무력화하거나 카메라를 파괴한다. 여러 드론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드론을 겨냥하기 어렵고 비용이 매우 높다.
물리적 요격 시스템은 그물을 발사하는 드론부터 미사일까지 다양하다. 확실한 무력화가 가능하지만, 파괴된 드론이 예측할 수 없는 곳에 추락할 위험이 있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스위스 치즈 모델: 완벽하지 않지만 필요한 접근
각 기술의 한계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제안한다. 구멍 뚫린 치즈 조각을 여러 겹 쌓으면, 한 층의 구멍을 통과한 위협도 다음 층에서 막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한국의 경우 이런 다층 방어가 특히 중요하다. 북한과의 분단 상황, 높은 인구 밀도, 그리고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같은 핵심 산업 시설들이 집중된 현실을 고려하면, 단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방어 시스템들이 일상 생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전파 방해 장치가 스마트폰 신호를 차단할 수 있고, 레이저 무기가 항공기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엘파소 사건에서 드러났다. 드론 배송이 확산되는 시대에 이런 방어 시스템들이 합법적인 드론 운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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