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남중국해 대치, 시진핑의 군부 숙청 시점과 겹친 우연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2개월간 군사훈련을 예고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 시진핑 정부의 군부 고위층 부패 수사와 겹친 시점이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 분쟁 수역에서 2개월 이상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이 "의도적으로 해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대치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 군부 고위층 2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민감한 시점과 겹쳤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계산된 도발
필리핀 민간항공청은 마닐라 당국이 남중국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순한 정례 훈련이 아니다. 2개월이라는 장기간 설정 자체가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의 공격적 행동이 계속되면서 입장을 경화시켜왔다. 특히 최근 스카버러 암초와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선박들이 필리핀 어선과 해안경비대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90% 이상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2016년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는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의 내부 위기와 외부 도전
이번 필리핀의 군사훈련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중국군 고위 장성 2명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첫 번째 외부 군사적 도전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후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군부를 장악해왔지만, 최근 연이은 고위층 숙청은 군 내부의 불안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로켓군(전략미사일부대) 지휘부가 대거 교체되면서 중국군의 핵심 전력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이런 내부적 혼란 속에서 필리핀의 도발은 시진핑 정부에게 딜레마를 안겨준다. 강경 대응하면 군부 결속을 과시할 수 있지만,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온건하게 대응하면 내부적으로 약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미국의 그림자와 아세안의 고민
필리핀의 이번 움직임 뒤에는 미국의 영향력도 작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필리핀 내 9개 군사기지에 대한 미군 접근권을 확보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내부는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필리핀의 강경 노선이 역내 전체를 미중 대립의 최전선으로 끌어들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 같은 중견국들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도, 남중국해 분쟁이 격화되면 자국의 해상 교역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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