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자석, 미국行 줄고 유럽行 늘었다
중국의 대미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며 22.5% 하락한 반면, EU 수출은 28.4% 급증했다. 공급망 재편 속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전기차 한 대에는 약 2킬로그램의 희토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스마트폰 진동 모터, 풍력 발전기 터빈, 심지어 군용 미사일 유도장치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자석의 공급망 대부분은 단 한 나라를 통과한다. 중국이다.
숫자가 말하는 것
중국 해관총서(General Administration of Customs)가 2026년 3월 20일 발표한 데이터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신호를 담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량은 99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다. 이는 7개월 연속 하락세다. 미국은 현재 독일, 한국에 이어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세 번째 수입국으로 밀려났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같은 기간 4,775톤으로 전년 대비 28.4% 급증했다. EU의 비중은 전체 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의 44.4%까지 올라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공급망의 무게 중심이 대서양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소의 생산과 가공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원소들을 고도로 가공한 결과물이 바로 영구자석이며, 전기차·스마트폰·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부품이다.
왜 지금, 왜 이 방향인가
이 흐름을 단순한 무역 통계로 읽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미국은 2025년 이후 중국산 희토류 관련 제품에 대한 관세를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공급망 탈중국화 기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자석 수입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거나, 중국 측이 전략적으로 공급을 조절하고 있거나 — 혹은 두 가지 모두일 수 있다.
EU의 수입 급증은 다른 맥락에서 읽힌다. 유럽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앞두고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희토류 자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공급망에서 멀어지는 동안, 유럽은 오히려 중국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탈중국화를 외치면서도 현실적 수요 앞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EU의 이중적 행보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어디 있나
주목할 점은 한국이 독일에 이어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두 번째 최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중국산 희토류 자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동맹국들에게도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적 실리와 지정학적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한국 정부는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비축량 확대와 대체 공급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대안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채굴에서 정제·가공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적·비용적 우위를 따라잡으려면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는 건 아니다
물론 이 데이터를 과도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1~2월 수치는 중국의 춘절(설) 연휴 효과로 변동성이 크며, 해관총서가 두 달 치를 합산해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기 수출 감소가 곧 공급망 재편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미국 내 희토류 자석 생산 능력은 아직 초기 단계다. MP Materials, Lynas 등의 기업이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처리 능력과 비용 경쟁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급망 다변화는 선언하기는 쉽지만, 실행하기는 훨씬 복잡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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