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곁에 서는 것의 대가
중국 전직 국방장관 웨이펑허·리상푸, 부패 혐의로 사형유예 판결. 시진핑의 군 숙청이 새 국면에 접어들며 PLA 고위층 전반에 공포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는 오래된 말이 있다. 황제를 모시는 것은 호랑이 곁에 있는 것과 같다(伴君如伴虎). 2026년 5월 7일, 그 말은 다시 한번 현실이 됐다.
중국 당국은 이날 전직 국방부장 웨이펑허와 리상푸에게 각각 사형집행유예 판결과 전 재산 몰수를 공식 선고했다. 웨이펑허는 뇌물 수수, 리상푸는 뇌물 수수와 공여 혐의가 인정됐다. 두 사람은 중국 인민해방군(PLA) 역사에서 12번째와 13번째 국방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인민해방군 최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무거운 형을 받은 것은 시진핑 집권 이후 반부패 캠페인이 시작된 초기 이래 처음이다.
사형유예란 무엇인가
중국의 '사형집행유예(死刑缓期执行)'는 말 그대로 사형을 선고하되 2년간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다. 이 기간 동안 특별한 위반이 없으면 형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다. 실질적으로는 종신형이지만, 심리적 위력은 단순 무기징역보다 훨씬 강하다.
이 형벌이 마지막으로 PLA 고위 장성에게 적용된 사례는 구쥔산 전 총후근부 부부장이었다. 당시 그의 부패 규모는 6억 위안(약 98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쥔산은 수사에 협조해 동료들을 고발함으로써 즉결 사형을 면하고 현재 군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사건은 이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궈보슝과 쉬차이허우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연쇄 숙청의 도화선이 됐다. 쉬차이허우는 판결을 기다리다 사망했고, 궈보슝과 2017년 낙마한 전 총참모장 팡펑후이는 무기징역을 받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웨이펑허와 리상푸가 각각 이끌었던 로켓군과 장비발전부의 기능 자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규모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규모만으로도 이전 사례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왜 지금, 왜 이 형량인가
중국 군사법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고위직 사건의 최종 양형은 중앙군사위 주석, 즉 시진핑의 승인이 필요하다. 무기징역 대신 사형유예를 선택한 데는 세 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첫째, 억제력이다. 단순 무기징역보다 훨씬 강한 공포를 조성해 군 내 비리를 차단하는 신호로 기능한다. 둘째, 실제 사형은 피했다. 현직 장성들의 사기를 무너뜨리고 장교단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즉결 처형은 정치적 비용이 너무 크다. 사형유예는 그 사이 어딘가다. 공포는 주되, 조직은 유지한다.
셋째, 타이밍이다. 2027년 제21차 전국인민대표대회(당 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은 다시 한번 임기를 연장할 전망이다. 권력 연장을 앞두고 군에 대한 확실한 통제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두 전직 국방부장에 대한 엄벌은 그 메시지를 군 전체에 발신하는 수단이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수사에 저항했으나 결국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조가 즉결 사형을 면하게 해줬지만, 동시에 더 많은 동료들을 수사망으로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현재 수사 중인 전 중앙군사위 위원 먀오화, 허웨이둥, 장유샤, 류전리의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성심이 능력을 대체할 때
이번 판결이 던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은 군사력에 관한 것이다. 공포 기반의 통제 체계가 강화될수록, PLA 장교들의 생존 전략은 능력 발휘보다 충성 시위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누가 더 유능한 전략가인지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전하게 보이는지가 승진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내부 인사 문제가 아니다. 로켓군과 장비발전부는 중국의 핵전력 운용과 첨단 무기 조달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다. 이 두 조직의 수장이 연이어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는 사실은, 실제 군사 준비태세에 어느 정도 구멍이 생겼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숙청을 통해 충성스러운 군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는 그 군이 얼마나 유능한지가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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