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되살린 '실용주의 무역정책', 규칙 대신 협상
트럼프 행정부의 파괴적 무역정책이 사실상 미국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분석. 규칙 기반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와 실용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레이건 시대 사례로 검증한다.
1년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1930년대 이후 세계 무역에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파괴'가 사실은 미국 무역정책의 전통적 접근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경제법연구소의 피터 해럴 연구원은 최근 분석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경직된 규칙 기반 체제에서 벗어나 실용적 협상으로 돌아가는 측면에서는 옳다는 것이다.
규칙 기반 무역의 짧은 역사
'규칙 기반 무역질서'라는 개념이 미국 정책 문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1년이다. 그 이전 미국 대통령들은 훨씬 유연했다. 1947년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도 각국이 통화 문제나 수입 충격에 대처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예외 조항을 포함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1982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도구를 활용했다. 1981년 일본과 '자발적' 자동차 수출 제한 협정을 체결했고, 1985년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수출이 불리해지자, 미국은 프랑스, 일본, 서독, 영국과 함께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2년 만에 달러 가치가 40% 하락했고, 1980년대 말 미국 무역적자도 줄어들었다.
한국에는 어떤 의미일까
이런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중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규칙보다 협상이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개별 기업의 로비력과 협상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해 현지 공장을 세웠듯이, 한국 기업들도 더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해럴 연구원은 "미국이 자체 경제 모델에 대해 격렬한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무역 규칙을 설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의 녹색 에너지 보조금이나 트럼프의 정부 지분 참여 정책 모두 전통적 자유무역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는 '공정한 경기장' 불가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상호 합의된 규칙보다 미국에 유리한 '기울어진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의 접근법에는 문제가 많다. 과도한 관세율과 예측 불가능한 위협은 오히려 미국의 경제적 목표를 해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지, '무엇을' 하느냐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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