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가 30년 만에 돌아왔다
박해수 주연 ENA 드라마 《허수아비》가 4월 방영을 시작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시키는 미제 사건을 배경으로, 1980년대부터 2019년까지 30년의 수사를 그린 범죄 스릴러의 의미를 짚는다.
미제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잊혀질 뿐이다.
2026년 4월, ENA가 새 월화 드라마 《허수아비》를 선보였다. 전작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박해수가 다시 어두운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상대는 이희준, 그리고 곽선영. 세 배우가 만든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3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건의 구조: 1980년대에서 2019년까지
드라마는 1980년대 한국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다. 연쇄 살인마가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형사 역의 박해수와 야심 찬 검사 역의 이희준이 수사에 나선다. 여기서 드라마는 첫 번째 균열을 드러낸다. 이희준이 연기하는 검사는 진범을 잡는 것보다 사건 종결을 자신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정의보다 커리어. 진실보다 성과.
그 선택의 대가는 2019년에 돌아온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고, 여전히 같은 사건 앞에 서 있다. 연쇄 살인은 멈추지 않았다. 혹은, 멈추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 불편한 재회 속에서 곽선영이 연기하는 기자가 등장해 수사의 빈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총 12부작, 글로벌 스트리밍은 Viki를 통해 제공된다.
드라마가 참조하는 실제 사건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이 사건은 2019년 DNA 감식으로 범인이 특정되기까지 33년간 미제로 남았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이미 이 사건을 영화화했고, 이제 《허수아비》가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시대를 소환한다.
왜 지금, 다시 이 이야기인가
화성 사건의 실제 범인 이춘재가 특정된 것이 2019년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 사건이 남긴 질문들을 소화하는 중이다. 무고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그리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
《허수아비》가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가 올바른 사람을 잡는 것보다 성공을 원했다는 설정은 이 드라마를 제도적 실패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이것은 픽션이 아니라 집단 기억의 재구성이다.
K-드라마 산업의 관점에서도 타이밍은 의미심장하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이후 국내외 팬덤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가 선택한 다음 작품이 넷플릭스가 아닌 ENA라는 국내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 그리고 글로벌 유통을 Viki가 맡았다는 점은 K-드라마 유통 생태계의 다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모든 길이 넷플릭스로 통하지는 않는다.
팬의 시선, 산업의 시선
글로벌 팬들에게 《허수아비》는 박해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K-드라마가 로맨스와 재벌 서사를 넘어 얼마나 깊이 있는 장르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비밀의 숲》, 《나의 아저씨》, 《살인자ㅇ난감》이 쌓아온 '한국형 범죄 드라마'의 계보에서 《허수아비》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곽선영의 기자 캐릭터는 주목할 만하다. 수사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피해자' 혹은 '조력자'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적인 서사 동력을 갖는 구조는, K-드라마가 내러티브 다양성 면에서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화성 사건을 참조한 콘텐츠가 이미 여러 편 나온 상황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 반복적인 소환이 어떤 의미인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극은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는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실제 고통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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