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풍력공장, 미국이 막았나
영국이 중국 명양의 15억 파운드 규모 스코틀랜드 풍력터빈 공장 계획을 차단했다. 워싱턴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분석 속, 한국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이 중국 기업의 돈을 거절했다. 그것도 15억 파운드(약 2조 7천억 원)짜리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무슨 일이 있었나
중국 최대 해상풍력 기업 중 하나인 명양(Mingyang)은 스코틀랜드에 영국 최대 규모의 풍력터빈 제조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일자리 창출, 재생에너지 공급망 강화, 지역 경제 활성화—어느 각도에서 봐도 그럴듯한 제안이었다. 스코틀랜드 지역 정치인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 계획을 결국 차단했다. 표면적 이유는 국가 안보 우려였지만,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워싱턴의 직접적인 압력이 있었다.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용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고, 영국은 그 신호를 따랐다는 것이다.
타이밍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유럽 전역을 압박하던 시점이었다. 에너지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에서, 영국은 오히려 중국발 에너지 투자의 문을 닫은 셈이다.
왜 지금, 왜 이 사안이 중요한가
이 사건은 단순한 외교 마찰이 아니다. 세계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는 동안, 그 전환을 이끌 공급망이 지정학적 전선 위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풍력터빈 생산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80%에 육박한다. 탈탄소를 외치는 서방이 정작 탈탄소 기술의 핵심 공급자인 중국을 배제하려 한다면, 그 공백은 누가 채울 것인가.
영국의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이중의 딜레마다. 한편으론 에너지 자립과 기후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두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영국은 워싱턴을 선택했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사건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삼성, 현대,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안에서 중국과 경쟁하거나, 때로는 협력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그런데 이제 그 공급망 자체가 '어느 편이냐'는 질문 앞에 재편되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풍력 부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방이 중국 기업을 배제하기 시작하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비중국권 제조사는 많지 않다. 한국, 덴마크, 독일 기업들이 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중국이 보복 조치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사업을 압박한다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 한 번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사드 배치 이후 겪었던 경제 보복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각 진영의 시각
미국의 논리는 명확하다. 에너지 인프라는 안보 인프라다. 중국 기업이 동맹국의 전력망과 연결된 터빈을 만들고 유지·보수한다면, 그것은 잠재적 취약점이 된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것과 같은 논리다.
중국의 반응은 예측 가능하다.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며,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자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을 유사한 방식으로 제한해왔다는 점에서, 이 주장의 설득력은 제한적이다.
스코틀랜드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시각은 또 다르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에너지 전환의 혜택이 지역 경제에 돌아올 기회가 날아갔다. 지정학적 논리가 지역 민생을 희생시켰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개발도상국들은 이 상황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서방은 자국에서 중국 에너지 기업을 막으면서, 개발도상국에는 중국 대신 서방 기업의 고가 솔루션을 선택하라고 압박한다. 기후 위기 대응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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