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75,000 탈환, 그런데 왜 혼자 뒤처지나
이란-파키스탄 휴전 협상 진전에 비트코인이 $75,000를 회복했지만, 글로벌 증시 11일 랠리에 비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 채굴자 대량 매도와 음의 펀딩레이트가 반등의 천장을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이 $75,000를 되찾았다. 그런데 축배를 들기엔 뭔가 찜찜하다.
4월 21일 화요일 오전, 비트코인은 $75,733에 거래됐다. 24시간 전보다 1.5% 올랐고, 주간으로는 1.7% 상승이다. 이더리움은 $2,310, XRP는 $1.43, BNB는 $630으로 나란히 올랐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같은 시간, 글로벌 주식시장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증시는 달리는데, 비트코인은 걷고 있다
MSCI 전세계지수(ACWI)는 이날도 0.1% 올라 11일 연속 랠리를 이어갔다. 아시아 기술주 지수는 하루에만 2.4% 뛰었다. 이 랠리의 출발점은 이란-파키스탄 갈등의 긴장 완화였다. 이란이 파키스탄에 대표단을 파견해 2차 휴전 협상에 나서겠다고 확인하면서 시장 전반에 '외교적 탈출구'에 대한 기대가 번졌다.
브렌트유는 $94.81로 0.7% 하락했고, 금은 $4,800 근처에서 0.6% 빠졌다.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 안전자산은 빠지고 위험자산은 오른다. 전형적인 패턴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이 '위험자산 랠리'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가 11일을 달리는 동안, 비트코인은 $74,000 아래에서 겨우 $75,000 위로 기어올라왔다. 같은 출발선, 다른 속도.
왜 비트코인만 뒤처지나: 세 가지 구조적 이유
첫째, 시장 심리가 아직 '팔자' 쪽이다.비트코인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의 펀딩레이트가 46일 연속 음수(-)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 기준으로, 이렇게 긴 음의 펀딩레이트 구간은 2022년 11월 FTX 붕괴 이후 처음이다. 펀딩레이트가 음수라는 건 공매도 포지션이 롱(매수) 포지션보다 많다는 뜻이다. 가격은 올라도 파생상품 시장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더 떨어질 것'에 베팅하고 있다.
둘째, 채굴자들이 기록적으로 팔고 있다. 상장 채굴 기업들은 올해 1분기에만 32,000 BTC를 매도했다. TheEnergyMag 집계 기준으로 이는 2025년 전체 매도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2022년 테라(LUNA) 붕괴 직후 채굴자들이 쏟아냈던 20,000 BTC도 훌쩍 뛰어넘는다. 채굴 난이도는 최근 조정에서 2.43% 하락해 135.59조를 기록했다. 채굴이 어려워지고 수익성은 줄었는데, 가격은 충분히 오르지 않으니 팔 수밖에 없는 구조다.
셋째, 현물 ETF 수요는 강하지만 역부족이다. 지난주 현물 비트코인 ETF에 $9억 9,640만이 순유입됐고,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2억 7,580만이 들어왔다. 기관 수요는 살아있다. 그러나 채굴자들의 매도 압력과 파생시장의 공매도 포지션을 상쇄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인 듯하다.
$76,000이 왜 중요한가
리서치 기관 카이코(Kaiko)는 주말 보고서에서 $76,000 돌파 시 $85,000까지의 경로가 열린다고 분석했다. K33 역시 같은 구간 돌파 시 대규모 숏 스퀴즈(공매도 강제 청산)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수요일 저녁(워싱턴 기준) 2주 휴전 만료 시한 안에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74,000 아래로 다시 밀릴 가능성도 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휴전 연장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 마감 시한을 정확히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화요일 오전 세 척의 선박이 통과를 시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봉쇄가 아직 유지되는 상황에서 나온 첫 번째 테스트였다. 이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간다. 협상 결과가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비트코인 가격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 투자자에게 무슨 의미인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비트코인 원화 프리미엄(김치 프리미엄)은 이 기간 중립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수요가 특별히 강하거나 약하지 않은 상태다.
주목할 지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아시아 기술주 랠리에 편승하며 움직이는 반면, 암호화폐는 같은 '위험자산' 바구니에 있으면서도 따로 논다는 점이다. 분산투자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탈동조화'가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가 진짜 질문이다.
채굴자 매도 압력이 $80,000 위에서도 지속된다면, 단기 반등 이후 다시 눌리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수요일 휴전 합의가 나오고 $76,000을 뚫는다면, 숏 스퀴즈가 가격을 $85,000 근처까지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방향은 수요일 저녁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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